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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는 있다 [thebell note]

양도웅 기자공개 2022-06-10 07:38:21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9일 07:55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회사엔 없습니다." CFO가 누구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CFO는 있다. 직책에 매몰될 이유가 없다. 돈을 빌리고 갚고, 예산을 짜서 집행하고, 이사회와 투자자에게 재무상태를 설명하고, 예기치 않은 비용이 발생할 일은 없는지 판단하는 사람이 CFO다. '돈'을 다루는 기업에 책임 임원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물론 현실은 몇 줄의 정의보다 훨씬 더 난해하다. 눈에 띄는 사례들로 이해를 시도해보자. 올해 주가가 8배 급등한 현대사료엔 CFO라는 직책이 없다. 사업보고서를 열어 봐도 이와 관련 있는 직책은 자금·구매총괄이 전부다. 그럼 CFO가 없는 걸까, 아니면 업무 범위가 좁은 걸까.

회사 측 답변은 이랬다. "말 그대로 '최고'재무책임자를 묻는다면 CFO는 최근까지 문철명 전 회장이었습니다." 문 전 회장은 CFO였다. CFO 업무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CEO가 직접 맡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러한 해석의 맞고 틀림과 무관하게 현대사료 CFO는 CEO였다.

이런 사례도 있다. 올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박종호 사장을 인터뷰했다. CFO 인터뷰를 거듭 요청한 결과였는데 회사 측 설명은 이랬다. "직책은 없는데 'CFO가 누구냐'라는 질문은 많이 받는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업무를 하는 임원을 소개한다." 박 사장 직책은 재무와 회계, 기획, 인사 부문 등을 책임지는 경영지원총괄이다.

위 두 사례는 비교적 고마운 축에 속한다. 회사 측이 CFO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갖고 있고 명확하게 그 인물을 특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시 이와 반대일 때다. 회사 측이 CFO 직책을 두지 않은 것에 더해 이해도도 낮아 마냥 없다고 답할 때다.

이에 대해 한국상장사협의회 측은 "직책이 없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공시책임자를 CFO로 간주한다"고 전했다. CFO 업무 중 일부인 회계와 IR에 주목한 판단이지만 CFO를 특정하는 방편일 순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개운치 않은 구석은 있다. 공시책임자가 임원이 아닌 부장급 이하 직원이라면 과연 'C'FO로 부를 수 있을까.

이땐 크게 두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하나는 CFO의 여러 업무를 직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원들이 나눠 갖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CFO에 '총괄'이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업무 분장을 한 기업의 CFO는 CEO라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기획이나 전략, 운영 담당 임원 중 한 명이 CFO 역할을 함께 맡은 경우다.

이쯤에서 CFO가 누구인지 결정하는 게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업무의 책임자가 없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없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데 잘못된 곳이 개선될 리 없다. 불확실성이 디폴트값이 된 이 시대에 'CFO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건 자명하다. 그러니 다시 답해볼 차례다. 우리 기업의 CFO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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