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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하이엔드 브랜드]두산건설, 매각까지 이르게 한 '위브더제니스'미분양 사태 후 달라진 위상, 브랜드 평판 조사서 최하위 기록

전기룡 기자공개 2022-06-20 07:22:00

[편집자주]

하이엔드 브랜드의 상징성이 점차 퇴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가 책정되거나 강남 같은 특정 지역에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왔다. '꿈의 아파트'로 여겨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치열해진 경쟁 탓에 '자격 미달'인 아파트에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남발하는 사례가 많다. 주요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처한 상황은 어떤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6일 13: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건설 '위브더제니스'만큼 다사다난했던 하이엔드 브랜드는 없다. 위브더제니스는 초창기 지역 주요 도시에 랜드마크 아파트를 조성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금도 대구 범어나 부산 해운대에서는 위브더제니스 이름을 단 단지를 대장 아파트로 여기고 있다.

순조롭게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처럼 보였던 위브더제니스지만 일산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분양으로 발목이 잡혔다. 결국 미분양발 순손실이 급증해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새로운 사주를 맞이하게 된 것도 위브더제니스 적용 단지에서 발생한 미분양이 주효했다.

◇지역 랜드마크에서 회사 애물단지로

초창기 위브더제니스가 적용된 단지들은 모두 눈에 띄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상복합 단지가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였다. 여기에 초고층이라는 특장점이 더해지다 보니 위브더제니스는 자연스럽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출 수 있었다.

제니스는 '절정, 정점'이라는 일반 명사이기에 단독 출원이 불가능하다. 이에 두산건설은 '위브제니스(등록 2004년)', '위브더제니스 We've THE ZENITH(2007년)'와 같이 기존 브랜드였던 '두산위브'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상표권을 등록했다. 2016년에는 폭넓은 적용을 위해 '더 제니스'에 대한 등록 절차도 마무리한 상태다.

대표적인 단지로는 2005년 분양한 대구 수성구 소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가 있다. 첫 적용 단지이기도 한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최고 54층으로 준공 당시 대구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였다. 이후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의 '수성 SK리더스뷰(57층)'에게 대구 최고층 아파트 타이틀을 넘겨줬지만 지금도 대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한 곳으로 꼽힌다.

2012년 준공된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도 빼놓을 수 없다. 최고 80층의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는 2014년까지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통했다. 아울러 부산에서 최초로 조식을 제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수익률 문제로 중단됐지만 하이엔드 주거시설에서나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처음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브더제니스 단지가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으면서 두산건설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실제 첫 적용 단지였던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분양된 2005년 기준 1조7138억원이었던 매출규모는 한때 2조7833억원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에서 발생한 미분양으로 인해 매출규모가 축소된 것은 물론 손실이 지속되기 시작했다.

두산건설은 감자와 그룹차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손실을 메꾸려고 했다. 하지만 계속된 부담으로 결국 상장폐지와 동시에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두산건설의 악화된 재무건전성은 지난해 말 더제니스홀딩스를 새로운 사주로 맞이하고 일산 현장의 미분양 물량을 모두 털어내고 나서야 개선될 수 있었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사진=두산건설 제공>

◇달라진 위상, 차별성 부족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잡았던 위브더제니스는 회사가 휘청거리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사업장 확보가 우선시되면서 기존 초고층 주상복합에만 적용하던 위브더제니스를 일반 아파트에까지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위브더제니스와 일반 브랜드인 두산위브간의 경계도 희미해졌다.

위브더제니스와 두산위브 단지간에 3.3㎡당 건축비 차이가 미비하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일반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된 단지는 고급 마감재나 자재가 사용돼 일반 단지보다 건축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이엔드와 일반 브랜드 간에 건축비 차이가 적다는 것은 브랜드가 달라도 투입비용 측면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여의'는 지난해 11월 이뤄진 분양에서 일반 676가구에 대한 3.3㎡당 건축비로 1441만원을 책정했다. 같은 달 분양일정에 돌입한 '반월역 두산위브 더 센트럴'의 3.3㎡당 건축비는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여의보다 오히려 비싼 1497만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분양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양산'의 경우 3.3㎡당 건축비가 1169만원 정도였다. 두산위브더제스가 지역에서 흔치 않은 1368가구 규모 대형 단지라는 특이점이 있더라도 가격면에서는 차별성을 보이지 못한 셈이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삼척 센트럴 두산위브'의 3.3㎡당 건축비는 905만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위브더제니스의 경우 과거와 달리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거나 대규모 단지에 적용하는 추세"라며 "회복기를 보내고 있는 두산건설이기에 사업지 확보를 위해 기준에 미달하는 곳이라도 조합의 요구 때문에 위브더제니스를 적용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7개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중 위브더제니스에게 가장 낮은 순위를 부여한 것도 지나치게 남발한 여파로 풀이된다. 새 사주를 맞이한 두산건설로서는 하이엔드 위브더제니스와 일반 두산위브로 구분되는 명확한 투 트랙 전략을 펼쳐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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