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12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플랫폼 업체의 수난시대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 금리인상 시그널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나왔다. 적자 경영으로 현금 흐름이 좋지 못한 플랫폼 업체들의 옥석가리기가 어느 순간부터 진행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모두 예견했다. 금리 상승기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술주에 대한 투심이 저조한 탓이다.그러나 이처럼 강한 충격을 동반한 경착륙이 될 것으로 내다본 이는 많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 부족에 따른 물가 인상, 곡물·원유 가격 폭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중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이 연달아 이뤄졌다. 금리 인상 후폭풍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의 투심은 꽁꽁 얼어붙었다.
안정적인 현금을 마련하고자 IPO를 추진한 플랫폼 기업들은 도전장을 쉽사리 내지 못했다. 강한 의지를 보였던 원스토어는 상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무신사, 야놀자는 IPO 시점을 뒤로 미뤘다. 그나마 빅사이즈 패션 플랫폼 공구우먼 정도가 IPO에 성공했다.
조 단위 플랫폼 기업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이때 쏘카가 도전장을 던졌다. 2011년 설립된 쏘카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 1위 업체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린 주역이다. 아직 흑자전환은 하지 못했지만 2022년에는 이익 실현도 예상하고 있다. 상장 시기를 미루면 흑자 기업으로 더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빌리티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뒤로 미루지 않기로 했다. 구독경제 서비스와 사업 확대를 적기에 해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의지가 IPO 강행에 힘을 실었다.
투심을 낙관한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IPO를 준비해온 만큼 지금의 자본시장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시점을 타협하기 보다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시장의 분위기에 맞춰 희망 몸값을 절반 가량 낮춘 1조원 초중반대로 정했다. 몸값을 산정하는 데 적용된 EV/EBITDA(기업가치/상각전영업이익) 멀티플은 카카오모빌리티의 4분의 1 수준이다.
공모 가격이 너무 싸다는 투자자들의 평가에도 쏘카는 확실한 IPO 성공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증시 호황기에 상장했던 롯데렌탈이 상장 밸류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사업종 쏘카에 투자한 것만 봐도 몸값보다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이 더 클거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전략은 유연해야 하지만 '타이밍'을 실기하면 손쓸 도리가 없다. 플랫폼 업체는 혁신을 추동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도전자다. 제때 '실탄'이 마련되지 않으면 혁신 경쟁에서 밀려난다. 촘촘히 세운 파이낸셜스토리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려는 경영진의 뚝심이 이번 IPO 도전에서 묻어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는 쏘카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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