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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소부장 2.0 돋보기]주주친화적이지 않은 엘앤에프의 자금조달 배경은②2020년부터 유상증자만 세 차례, 자사주 2500억 처분...금융비용 줄이기 '안간힘'

박상희 기자공개 2022-07-19 07:32:08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주도했다. 이 트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속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코스닥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더벨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2차전지 소부장 강소기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2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벽닭이 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폭발로 2000년 회사 설립 이후 최전성기를 맞은 엘앤에프에겐 2019년이 동이 트기 직전의 새벽 같았다. 당시 엘앤에프의 각종 재무지표는 악화일로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경쟁사들이 설비 증설 경쟁에 나설 때 엘앤에프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재무 상황이 안 좋다고 물 들어오는데 노를 안 저을 수는 없다. 엘앤에프도 생산능력(CAPA)을 키워 규모의 경제에 돌입해야 했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엘앤에프는 자사주 매각과 유상증자를 통해 금융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자사주 매각과 유상증자 모두 주주친화적이지 않은 자금조달 방안이다. 그런데도 엘엔에프 주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2019년 ESS 화재 발생, 실적 및 재무구조 '최악'

2019년은 엘앤에프에 역대급으로 힘든 한해였다. 원재료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판매단가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내 ESS 화재 발생으로 ESS 향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제품 판매량마저 감소하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영업손실(76억6300만원)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도 악화됐다.

실적 하락은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2018년 131.5%에서 2019년 215.7%로 84.2%포인트(p) 상승했다. 당기순손실 발생으로 이익잉여금이 감소한 가운데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발행한 제2회 전환사채 50억원 등으로 부채 규모가 증가한 탓이다.

당시 재무 악화일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이자보상비율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 중인 대출금으로 인해 이자비용 42억5900만원(이자비용 부담율 1.4%)이 발생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1.8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비율이 마이너스란 의미는 영업활동현금을 통해서 창출한 수익으로 이자비용도 지불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실질적인 현금유출이 발생하지 않는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고려한 2019년 EBITA 이자보상배율을 보더라도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이자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에서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금액을 의미하는 EBITDA 이자보상배율은 2018년 10.2배에서 2019년 0.8배를 기록하며 크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의 경우 2018년 141.4%에서 2019년 110.0%로 감소했다.


이후에도 엘앤에프의 재무지표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이자 비용 부담만 계속 증가하는 구조였다. 엘앤에프는 2018년부터 2021년 1분기까지 순금융비용이 발생했다. 2018년 36억원, 2019년 45억원, 2020년 169억원, 2021년 1분기 26억원의 순금융비용을 기록했다. 순금융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금융수익으로 발생하는 금액은 미미한 반면, 시설투자를 위한 차입금증가로 이자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의 경우에는 이자비용과 더불어 파생상품거래손실이 112억5400만원 발생했다. 2019년 7월 발행한 2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격 215억9500만원과 주가 간의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및 자사주 매각에도 주가는 굳건, 자사주 273만주 추가 매각 가능성도

엘앤에프의 자금조달은 금융비용을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은 최소화하고 유상증자와 자사주 매각을 선택했다.

엘앤에프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유상증자를 세 차례 실시했다. 한번은 3자배정 유상증자였고, 두 번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었다. 유상증자는 통상적으로 주주가치가 희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측면에서 호재는 아니다. 3자배정 유상증자 이후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된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경우에도 청약에 참여하지 않은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된다.

다행히 엘앤에프의 유상증자는 흥행 방정식을 써왔다. 엘앤에프의 경우 유상증자 목적이 주요 사업인 양극활물질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증설이라는 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의 유상증자는 지난해 7월로, 엘앤에프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650만주를 7만6400원에 발행해 4966억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당초 발행가는 7만3400원이었지만 주가 상승에 힘입어 상향조정됐다. 이에 따라 당초 4771억원이었던 자금조달 규모도 5000억원에 육박했다. 엘앤에프는 조달한 자금 중 2300억원은 공장 증설과 시설 투자 자금으로, 2666억원은 운영 자금으로 각각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 1년 후 엘앤에프는 주주친화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자금조달에 또 나섰다. 엘앤에프는 5월 말 자기주식(자사주) 100만주(약 2500억원)를 브룩데일자산운용 등 해외금융회사 3곳에 매각했다. 엘앤에프는 2013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왔는데, 주가가 크게 오르자 이를 다시 시장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돈을 들여 자사 주식을 매입하면, 다시 시장에 내다 파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시장에선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해당 주식만큼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든 것으로 감안해 주당 가치가 오른다고 여긴다.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다 팔면, 유통 주식 수가 되레 늘어나 주가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엘앤에프가 주주 가치 제고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엘앤에프가 보유한 자사주는 373만8611주에 이른다. 이번에 매각한 자사주는 전체 자사주 물량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향후 엘앤에프가 추가로 자기주식을 매각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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