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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반도체, 미래먹거리 '전장·AR' 어떻게 준비하나 [첨단전략산업 리포트]애플카·카플레이 대항할 삼성의 무기는

김혜란 기자공개 2022-07-26 10:50:05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3대 국가대표 산업이다.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를 키워야 하는 반도체, 중국의 추격을 받는 디스플레이, 개화하는 시장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배터리 업계, 모두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밀릴 수 있다. 대기업을 필두로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진단하고,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2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차산업 흐름은 반도체 사업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기존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자율주행·전기자동차와 증강현실(AR) 기기용 반도체 칩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화두가 된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도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자율주행·전기차, AR 시장 개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삼성전자 DS(반도체)는 물론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역시 내부적으로 치열한 고민과 실험을 진행 중이다.

◇DX의 전장사업팀 vs DS의 전기차TF?

'전장(자동차전기장치)'은 삼성전자DS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미래 자동차에는 수많은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에 전장 시장을 놓치면 경쟁사에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작년 취임 후 공들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도 전장용 반도체 사업이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 사장이 취임 후 '전기자동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여기에는 DS뿐 아니라 삼성SDI의 사업부장급이 참여하고 있다"며 "DS의 전장 사업 방점이 기존엔 자율주행차에 찍혔었다면 전기차 쪽으로 선회했단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DS의 경우 전력관리반도체(PMIC) 사업을 강화하자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으나 자율주행 관련 칩 사업 확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장기적으로는 PMIC를 비롯해 인포테인먼트,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을 구현하는 칩을 하나의 SoC(System on a Chip)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DS 내 시스템LSI(시스템 반도체 설계) 사업부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뿐만 아니라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비롯해, 이미 PMIC 설계도 하고 있다.
그래픽: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협업 구도를 구축한 건 전략적으로 함께 대응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삼성SDI가 전고체라는 초격차 기술로 미래 전기차 시장의 판을 뒤집고, 삼성전자는 전고체 전기차 구동을 가능하게 하는 PMIC를 포함, 전기차에 들어갈 여러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게 삼성이 그리는 그림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전기차용 반도체 사업을 고민하는 곳은 또 있다. DX의 '전장사업팀'이다. 2015년 출범한 전장사업팀은 삼성의 컨트롤타워격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출신 이승욱 부사장이 팀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1차 벤더인 하만도 전장(Harman) 사업의 큰 축이다. 하만은 커넥티드카(차량 내에 통신장치가 있어 차량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는 차) 전문기업인데 지난 2월 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아포스테라'를 인수하며 메타버스 분야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전장과 함께 AR 사업이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앞선 관계자는 "기존 AR글래스 사업에 집중했던 DX 부문에서 '메타버스TF'도 새롭게 구성했는데, 여기에 전장 사업 전략도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것으로 안다"며 "메타버스팀은 DX 경영지원실 내 기획팀 윤준오 부사장이 지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카 큰 물결이 온다, 삼성엔 '기회'될까

표면적으론 DS와 DX부문이 각각 전장 사업을 준비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앞선 관계자는 "아직은 내부적으로 자유로운 토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연말쯤에는 사업지원TF 수장인 정현호 부회장이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은 전장이나 AR 사업 조직들이 확실한 방향성을 정했다기보단 바닥부터 고민하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사장은 전장사업팀으로 온 뒤 삼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테슬라 전기차를 분해했는데, 삼성이 전장 사업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분명한 건 삼성이 전장, AR 전략을 그릴 때 경쟁사 애플을 떼어놓고 볼 수 없단 점이다. 애플은 2025년 아이폰을 잇는 차세대 디바이스로 AR 헤드셋, 그리고 '애플카'를 선보인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는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애플카가 전 세계 자동차와 메타버스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란 위기감을 갖고 있다.

핵심은 '애플 카플레이'다. 카플레이는 차량 내 디스플레이를 아이폰과 연동시켜 각종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자동차용 운영체제(OS)다. 2025년 애플카 출시를 앞둔 애플에 중요한 건 완성차를 직접 만들어 파는 게 아니다. 애플 카플레이에 적합한 애플카의 모델을 직접 선보이는 것, 그리고 플랫폼을 장악해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 애플의 전략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여기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독일 자동차 3사(벤츠, BMW, 아우디)를 중심으로 애플과 대항할 연합군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반도체 개발과 제조를 책임지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업계에선 독일 3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본격적인 플랫폼 개발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내년부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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