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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시대, 가전업 재고 리스크 점검]삼성전자 DX, 돌파구는 '기기 연결'②늘어난 재고회전일수, 온라인채널·B2B 판촉강화…'모바일-가전' 시너지 마케팅 주력

손현지 기자공개 2022-07-29 11:25:36

[편집자주]

변화가 느린 가전업계에서 재고관리는 경영전략의 핵심이다. 타 업종에 비해 신사업을 쉽게 추진하지 않는 편이라 재고관리 역량은 수익 안정성과 직결된다. 최근 가전업계가 엔데믹 기조로 접어들면서 재고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이후 펜트업 효과(보복소비)를 기대하고 제조물량을 확대했지만 2분기 금리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며 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각사별로 재고관리 기조와 그에 따른 재무변화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7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연초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생활가전·TV(CE)과 스마트폰(IM) 두 조직을 통합시켜 DX부문을 출범시켰다. 삼성은 가전의 왕으로 불리는 'TV' 뿐 아니라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 까지 글로벌 1위다. 각 사업 규모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조직 통합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가전과 모바일 등 각개전투로는 매출을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올들어 코로나 특수가 종료되면서 시장에 유통된 제품들이 판매로 이어지지 못해 재고처리가 우선순위로 급부상했다.

삼성의 타개안은 기기간 '연결성'이다. TV를 시청 기능에만 한정짓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세탁기, 에어컨 등과 연동시켜 새로운 디바이스 경험을 제공해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재고관리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종부세·펜트업효과' 등에 업고, CE부문 완성품 대거 양산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은 TV와 스마트폰에 비하면 매출성장세가 더딘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은 호재가 만발했다. 작년 7~9월엔 종부세 이슈로 전세집을 정리하는 가구수가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효과(억눌린 소비폭발)가 맞물려 고가의 가전제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삼성도 출하량을 대거 늘리며 늘어나는 수요변화에 대응했다. CE부문의 재고자산은 2019년 5조6080억원에서 2021년 10조5149억원으로 두배 증가했다. 재고자산 중에서도 만들어둔 제품·상품 규모가 1조5541억원에서 5조152억원으로 세배 넘게 늘었다. 원재료와 저장품도 2조122억원 어치에서 4조5423억원으로 두배 가량 뛰었다.
삼성전자는 재고자산 항목을 7개로 분류한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던 건 다름아닌 '원재료'였다. 사실상 CE부문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완성품(제품, 상품) 자산이다. 그런데 완성품은 원재료보다 적은 규모를 유지해왔다.

삼성전자의 주문생산(BTO)제조 시스템에 기인한 결과다. 만들어둔 제품을 판매로 소진했다기 보단, 주문이 들어오기 전까지 제품을 미리 제조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제품 제작을 위해 존재하는 다른 자산들이 판매자산인 완성품보다 커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작년부터 완성품이 원재료를 추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코로나로 인한 보복소비 욕구가 가전제품 교체로 이어지면서 삼성도 가전제품을 대거 양산한 것이다.

물류대란, 반도체쇼티지로 인한 공급망 이슈도 비켜갔다. 삼성만의 탄탄한 공급망관리(SCM) 역량 덕에 미착품(주문했지만 도착하지 않은 원재료) 규모는 되레 줄어들었다. 완성품 전 단계인 재공품(제조 공정에 있는 미완성인 상태)과 반제품 규모도 소폭 확대됐다.

전체 재고자산에서 CE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는 추세다. 2019년 20%에서 작년 25%로 증가했다. IM부문의 재고 비중도 25%에서 28%로 소폭 확대됐다. 같은 기간 반도체(DS)부문의 재고 비중은 50%에서 44%로 떨어졌다.

◇재고자산 회전율 하락, '팀삼성' 프로젝트 사활

제품·상품(재고)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것에 비해 판매로 전환되는 속도는 더뎠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로 매출원가를 공개하지 않는다. CE부문의 원재료 매입액만 반영해 매출원가를 산정해 본 결과, 작년 재고자산 회전율은 3.2회로 2019년 3.6회에 비해 소폭 떨어졌다.

재고자산회전율이란 재고로 있던 완성품이 판매로 이어지는 속도를 의미하는 경영 효율성 지표다. 재고자산 회전기간 역시 114일로 2019년 101일에 비해 늘어났다. 재고회전일수는 재고가 다시 고객에게 판매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제조업체의 비용부담이 커진다.

올들어선 재고처리 환경이 더욱 악화된 상태다. 코로나 특수가 종료된 데다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조가 맞물려 국내 뿐 아니라 유럽 등 글로벌 가전 소비 수요가 급감한 상태다. 글로벌 조사기관 옴디아는 TV출하량 전망치를 3월 2억1164만대에서 최근 2억879만대로 하향조정했다.

지난 2년간 가전수요를 떠받쳤던 주택 구매가 둔화된 영향이다. 가전 매출과 연관성이 높은 미국 주택시장지수(HMI)는 최근 6개월간 하락해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DSCC도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재고회전일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재고관리를 시급한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 재고회전기간이 길어질수록 판매촉진비용 등 비용부담이 커진다. 즉 악성재고를 평소보다 낮은 가격에 팔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원자재·물류비 가격 폭등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터라 무작정 판매가를 낮춰 재고를 처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삼성전자 수뇌부들은 지난달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자리에서 온라인 채널성과 극대화, B2B 판매 강화, 삼성디지털프라자 판촉강화 등 다양한 액션 플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고 전했다.

올해 DX부문의 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갤럭시S22, 비스포크 냉장고 등 기기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팀 삼성'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맥북, 애플워치를 연결해 IOS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타사 제품을 배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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