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속 기업들]SK루브리의 '파이낸셜 스토리', 윤활유 업사이클링이 기회될까폐윤활유로 저탄소 윤활기유 생산, 기존 소각 대비 탄소배출 감축 효과
유수진 기자공개 2022-10-12 07:39:02
[편집자주]
신사업 진출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이 모래 놀이터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듯 일정 조건 하에서 규제를 풀어 '혁신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우회로가 생긴 셈이다. 더벨은 최근 실증특례를 승인받아 샌드박스 안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된 기업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1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라면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ESG를 기반에 둔 '파이낸셜 스토리' 수립과 이행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0년 CEO세미나에서 처음 이 화두를 꺼낸 이후 2년째 강조해오고 있다.파이낸셜 스토리란 매출·영업익 같은 재무성과 뿐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자는 전략이다. 각사 CEO들은 19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세미나에서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 성장전략 등을 발표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사업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파이낸셜 스토리 실천에 한 발 다가설 수 있게 됐다. 폐윤활유로 새 윤활유를 뽑아내는 '윤활유 업사이클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와 산업부는 지난달 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사업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사실 SK루브리컨츠는 이미 관련 기술 개발을 마친 상태다. 불순물을 제거한 폐윤활유를 윤활기유 제조공정에 투입해 새 윤활유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생산 제품도 미국석유협회 분류기준 그룹Ⅲ(황 함량 300ppm 이하·포화도 90% 이상·점도지수 120Ⅵ 이상)에 해당하는 '양질'이다.
하지만 사업화를 하진 못했다. 현행법상 폐윤활유를 다른 원료와 섞어 윤활유로 만드는 게 불법이기 때문이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윤활유를 만들 때 석유와 석유제품만 원료로 써야 한다. 2차 정제한 폐윤활유 혼합물은 정제공정에 투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해외사례와 비교할 때 과잉규제로 볼 여지가 있다. 미국이나 다수의 유럽 국가들에선 윤활유 업사이클링이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폐윤활유를 새 윤활유로 만들어 쓰는 비율이 60%가 넘는다. 특히 이탈리아에선 최대 98%를 재정제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선 폐윤활유를 난방유나 발전소기동유로만 사용해왔다.
무엇보다 폐윤활유를 재활용하게 되면 기존 소각방식 대비 수만톤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클라인 리포트(Kline report)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발생한 폐윤활유는 48만7000킬로리터(KL)고 이중 35만KL가 난방용이나 발전소 연료유로 사용됐다. 폐윤활유를 연료유로 연소할 때 대기오염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윤활기유로 생산으로 돌리면 탄소배출량 감축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에 실증특례를 승인받는 데에도 이같은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심의위원회는 "자원 순환경제 조성 및 탄소중립 기여 측면에서 실증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SK루브리컨츠는 앞으로 2년(한차례 연장 가능)간 정해진 지역 내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효과가 입증되면 향후 관련법 개정도 기대할 수 있다. 대신 전례가 없는 만큼 품질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전제가 깔렸다. 생산제품은 석유관리원을 통해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관계기관에 상시 공유하는 조건이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 7월 폐윤활유 수거·정제 기업들과 업사이클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해당 기업들이 폐윤활유를 수거해 1·2차 정제를 마치면 루브리컨츠가 이를 공급받아 저탄소 윤활기유를 생산·판매하는 형태의 협력이다.
산업부도 제품의 시장 출시를 지원하겠다며 손을 보탰다. 당시 김원기 SK루브리컨츠 부사장은 "회사 파이낸셜 스토리의 하나인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윤활유 업사이클링'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민관 협력 기반의 국내 대표 순환경제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실증특례를 승인받으며 해당 사업모델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다자 협업을 통해 자원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긍정 사례로 평가된다.
앞서 차규탁 사장은 올해를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의 원년으로 삼아 탄소중립의 가치를 고객에게 인정받고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구체적인 실행계획 중 하나가 폐윤활유를 활용한 윤활기유 생산 사업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