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0월 11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보아뱀은 자주 거론되는 동물 중 하나다. 보아뱀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에 등장해 자기보다 훨씬 큰 코끼리를 집어삼킨다. 이를 빗대 자신보다 큰 규모의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를 보아뱀 전략이라 칭한다. 생텍쥐페리의 문학적 상상력이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현실이다.정육각은 올해 M&A 시장에서 보아뱀 전략을 구사한 대표적 기업이다. 올해 초 진행된 초록마을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 대상그룹이 운영하는 초록마을을 사들이는 주체로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정육각은 치열했던 인수전에서 최종 승기를 잡았다. 올 4월 9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매조지으며 새 주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보아뱀 전략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통상 M&A에는 인수금융이 활용되는데 현금 흐름이 부진했던 초록마을은 인수금융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펀드레이징으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단기 금융 대출을 활용해 급한 불은 껐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보아뱀 전략은 성공하면 축복이지만 실패하면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된다. 배 속에 있는 먹이가 소화되지 못하고 부패되면 보아뱀은 죽음에 이른다. 생존 수단은 코끼리를 토해내거나 천천히 소화시키는 방법뿐이다.
잘 소화시킬 경우 기업을 단순에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M&A 방식인건 분명하다. 그간 시장에서도 이를 증명해왔다. 2007년 한국법인으로 있던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휠라를 인수하며 성공적으로 기업의 외연을 성장시켰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육각은 당초 1000억원 넘는 펀드레이징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기존 주주들의 지지도 받고 있어 충분히 달성 가능한 금액이다. 문제는 얼어붙는 시장 상황이다. 자본시장 내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파를 피해가기 쉽지 않다.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얼마나 잘 견디느냐가 관건이다.
기회는 위기의 탈을 쓰고 찾아온다고 했다. 비록 보아뱀의 최후를 바라보는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지금의 위기가 정육각의 내공을 보일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연 정육각이 보아뱀의 저주를 풀고 예비 유니콘을 넘어 곧 진짜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을지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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