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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Radar]허장 행정공제회 CIO "'보수적 위험관리·선별적 투자기회 포착 집중"②"공제회 성격 부합 포트폴리오 구축, 현금흐름 확보 주력"

김경태 기자공개 2022-11-07 08:19:00

[편집자주]

자본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규모 양적 완화와 저금리로 유동성 파티를 즐겼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변수가 터졌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운용사의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하는 기관투자가들의 고민도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확고한 투자 원칙을 토대로 만전을 기하며 위기와 함께 다가올 기회를 대비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주요 LP들의 현황과 투자 전략 등을 내밀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31일 15:38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정공제회(POBA)는 운용자산이 20조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기관투자가다. 최근 수년간 꾸준히 운용자산이 증가했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 2월에는 자금운용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허장 사업이사(CIO)가 새롭게 취임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서울 용산구 행정공제회관에서 만난 허 이사(사진)는 최근 글로벌 경기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는 만큼 시장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빈틈없는 자금운용 태세를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중앙은행에 맞서지 마라"는 오랜 투자 격언으로 요약했다. 또 성급하게 반등을 기대하는 것도 위험한 시기라고 밝혔다.

다만 이런 위기는 중장기적 투자를 하는 기관투자가에는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행정공제회 역시 선별적인 투자와 보수적인 위험관리 등을 통해 이전보다 포트폴리오를 더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허 이사는 "공제회 회비의 성격에 부합하는 자산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기본적 방향성에 집중하겠다고"고 강조했다.

◇"성급한 역발상 경계, 보수적 위험관리 집중"

집무실에서 만난 허 이사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복합적·다면적' 성격을 지닌 위기로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인상, 경기침체 리스크 외에도 신냉전과 지정학적 위험, 기후위기, 식량문제 등 언제든 예측 못한 돌발사태나 위기 확산이 우려되나 과거와 달리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금리인상→짧은 고통으로 인플레이션 억제→다시 통화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으로 선회'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허 이사는 이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희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경제·금융위기 국면에서는 일정한 진행 패턴이 있다"며 "우선 공포 심리의 반영으로 짧은 기간 금융시장의 급격한 가격조정이 일어난 뒤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인식에 따른 단기 기술적 반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 반등 이후 실물경제의 침체, 유동성과 신용위기의 확산으로 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재하락하며,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회복으로 이어진다"며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긴축과잉에 따른 극단적인 경기침체나 금융시스템 붕괴 상황(Overkill)이 아니라면 중앙은행의 극적인 정책반전(Pivot)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장 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

다만 허 이사는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하기에 장기 기관투자가에게는 위험 관리를 전제로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며 "투자시점(Vintage)의 적절한 배분을 통해 길게 보면 가장 기대수익이 높은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허 이사는 섣불리 바닥에 다가왔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가 진행 중인 현 단계에서 성급한 역발상 전략으로 주식이나 위험자산군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며 '중앙은행에 맞서지 마라'는 오랜 투자 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투자 환경인 만큼 허 이사는 내실을 다지고 중장기 전략을 실현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허 이사는 "기관투자가로서 현상적인 단기지표나 뉴스플로우, 시장 심리변화에 예민하기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위험관리에 치중하면서 선별적으로 투자기회를 포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제회 성격 부합 포트폴리오 구축, 기민한 대응 성과…우량채권·사모대출 '관심'

허 이사는 올 2월 취임한 뒤 행정공제회의 조달자금 특성을 고려한 견조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행정공제회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회원이다. 회원들에 지급할 이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공제회 회비의 성격에 부합하는 자산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기본적 방향성을 중시하고 있다"며 "보험사의 자산부채관리(ALM)와 유사한 개념에서 지급이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자·배당이 창출되는 인컴게인(Income Gain)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시장 변화에 따른 변동성 리스크를 낮추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주식 비중을 보다 축소했다. 평가이익이 컸던 글로벌 상장 리츠(부동산투자회사)와 상장 인프라 자산의 조기 매각도 결정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중 일부 코어(Core) 자산도 투자금을 회수했다. 경기 침체 전 템포 빠른 판단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면서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또 달러강세 현상에 대한 대응도 기민했다. 허 이사는 "해외 주식은 자연 헤지(Natural hedge) 효과를 감안해 전액 오픈했고 다른 자산들도 가이드라인 대비 헤지 비중을 낮췄다"며 "환변동성 관리 틀을 유지하면서 환헤지비용을 축소하고 강달러 추세에 부분적인 편승 효과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행정공제회는 다른 유관 기관투자가에 비해 운용자산 중 대체투자의 비중이 높다. 허 이사는 "주식과 채권 비중이 낮아 올해 급격한 가격조정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손실을 방어한 측면이 있다"며 "대체투자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가격조정이 전통자산에 후행하는 특성이 있고 보유자산의 건전성이 높아 현재까지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가의 자산 구성에서 대체투자 비중이 상승하는 것은 추세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행정공제회의 경우 이미 대체투자 비중이 높고, 기존의 투자 약정 규모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계획이다. 추가 투자대상을 선별하고 사후관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허 이사는 고금리 시기에 신용리스크가 낮은 우량채권과 함께 대체투자 분야 중 대출자산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금리 급등으로 지분투자의 기대수익은 낮아진다. 반면 주로 변동금리 구조인 대출은 신용위험을 잘 선별하고 적절한 분산투자를 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익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보수적인 신용과 투자 조건을 전제로 매우 좋은 기회가 오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고등급 우량채권 외에도 사모신용(Private Credit) 중 인수금융, 부동산 담보대출, 인프라대출 등은 선순위도 공제회의 투자가능영역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허장 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 프로필

△1987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9년2월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취득
△1989년12월~2004년4월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투자자문 및 홍콩법인 담당
△2004년4월~2006년9월 삼성생명 증권사업부 및 특별계정 부서장 근무
△2006년9월~2010년9월 삼성투신운용(현 삼성자산운용) LT운용본부 팀장
△2011년2월~2013년8월 푸르덴셜자산운용(현 한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상무
△2013년8월~2020년12월 템피스투자자문 대표이사
△2013년8월~2020년12월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 투자사업본부 상무
△2021년1월~2021년6월 DB손해보험 자문역
△2021년1월~12월 앰버스톤 대체투자총괄 부사장
△2022년2월~현재 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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