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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경색 긴급 진단]은행으로 '몰리는' 기업들...자금시장 '악순환'②대규모 은행채 시장 왜곡...'자제' 요구에도 버티기 어려워

안준호 기자공개 2022-11-28 07: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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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자금시장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치솟은 금리 탓에 회사채 발행은 막혔고 PF ABCP를 위시한 단기물은 만기 대응에 급급하다. 금융당국이 10월 23일 발표한 '50조원+α'의 지원책이 가동을 시작했으나 실효성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국내 자금시장의 현안과 대응 방안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3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고랜드 사태는 자금시장 경색의 트리거였을 뿐, 시장에서는 이상 징후가 이미 감지되고 있었다. 급격한 금리인상과 한전채와 은행채의 대규모 발행으로 시장 수급이 왜곡됐다는 평가는 상반기부터 나왔었다.

현재 자금시장은 회사채 투심 악화가 기업 대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대규모 은행채 발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응에 나섰지만 조금 더 세밀하고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은행채, 통계 작성 이래 최대규모...'레고랜드' 이전부터 시장 왜곡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금까지 발행된 은행채 규모는 186조7190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인 183조2123억원을 넘어선 것은 물론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최대치를 넘어섰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채권 발행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코로나19 당시 완화되었던 유동성 규제가 정상화된 점을 고려해 채권 발행을 통한 선제 자금 확보에 적극 나섰다.

은행채 발행 열기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말한다. 현금 유출에 대비해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을 어느 정도 비축했는지를 나타낸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당시 이 비율을 85%까지 낮췄으나 내년 상반기 100%를 목표로 점진적 정상화를 예고한 바 있다.

국내 은행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과 함께 정기예금 유치 노력에 적극 나섰다. 은행권 정기예금은 지난달 931조6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6조2000억원 늘었다. 한은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늘어난 기업들의 대출 수요도 은행채 발행을 부추겼다. 레고랜드 사태 이전부터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를 통한 조달이 쉽지 않던 기업들이 대거 은행 대출로 몰려들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13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같은 기간(10조3000억원)보다 3조4000억원 가량 많은 것은 물론, 한은의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은행 유동성 여력에 한계..."추가 규제 완화 필요하다"

금리인상과 함께 대량의 은행채까지 쏟아지며 회사채 투심은 더욱 악화됐다. 우량 기업들이 고금리를 제시해도 신용도가 월등한 국고채와 회사채에만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빚어졌다. 실제 연초 이후 회사채 순발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33조3932억원) 대비 약 91% 감소한 3조1076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 후 이같은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 대응책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를 6개월 늦추고, 예대율 규제를 100%에서 105%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도 자금 공급 시 담보로 받는 적격담보 증권에 은행채와 공공기관 채권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다만 은행들의 유동성 여력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사채 시장 투심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기업 대출 증가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 투심이 회복되기 전까지 은행채 발행을 무한정 미루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예금 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제2금융권에서 자금이 옮겨오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는 수신 확대와 은행채 발행인데 현재 금융당국이 두 가지 수단 모두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버틸 수 있는 여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추가로 규제를 완화해 주거나 한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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