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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의 경제학]결국 무산된 대한항공 개편안...3조 육박 이연수익 향방은①회계기준 변경 뒤 부담 커져...'지금이 적기' 판단

조은아 기자공개 2023-02-24 07:30:38

[편집자주]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안으로 한 차례 몸살을 앓았다. 한발 물러섰지만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양날의 검이다. 단골 확보의 일등공신이지만 마일리지 발급을 신나게 늘린 대가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고객들의 불만과 잡음이 끊이질 않아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벨이 대한항공 사태를 계기로 마일리지를 둘러싼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2일 14:4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해묵은 과제를 또 미루게 됐다. 20년 만에 추진한 마일리지 개편이 결국 무산됐다. 새로운 개편안을 다시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가 될지는 요원하다. 이미 한 차례 크게 데인 대한항공이 원하는 방향의 개편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대한항공이 결국 4월 1일 시행 예정이었던 마일리지 개편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소비자의 반발, 당국의 강경태도 등 논란이 확산되자 일보 후퇴를 결정한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2019년 12월 마일리지 제도 변경을 발표하고 2021년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간 더 유예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개편안의 핵심은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꾸는 내용이다. 거리가 가까운 노선의 경우 보너스 항공권을 발급받는 데 필요한 마일리지가 줄었지만 먼 노선은 늘었다. 좌석 등급이 높아질수록 인상률도 높아졌다. 비즈니스와 퍼스트 좌석의 공제 비율을 대폭 높여서 기존보다 훨씬 많은 마일리지를 쓰도록 했다.

대한항공에게 마일리지 개편은 미룰 수 없는 숙제다. 항공사가 제공하는 마일리지는 재무제표상 '이연수익'으로 표시돼 '부채'로 인식된다. 최초 매출 거래 시점의 마일리지를 수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마일리지 소진 때 수익으로 환산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구입하는 항공권의 10%를 마일리지로 적립해준다고 가정할 때 고객이 100만원짜리 항공권을 구입하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같은 금액의 돈이 입금되지만 손익계산서에 매출은 90만원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나머지 10만원은 부채로 인식한다.

해당 10만원은 고객이 마일리지를 사용하거나 마일리지 사용 기한이 끝나면 부채에서 차감되고 수익으로 인식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마일리지를 최대한 빨리, 많이 쓰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할 유인이 상당히 큰 셈이다.

마일리지가 본격적으로 재무적 부담을 주기 시작한 건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2010년부터다. 이전에 적용하던 국내회계처리기준(KGAAP)에선 마일리지를 충당부채로 인식했는데 IFRS에서는 이연수익으로 바뀌었다.

마일리지가 부채로 분류되는 건 IFRS 도입 이전이나 이후 모두 같다. 하지만 이전에는 마일리지를 사용할 경우 발생될 '원가'를 기준으로 부채를 설정했던 데 반해 IFRS에서는 마일리지의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부채를 설정한다.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마일리지의 공정가치와 원가가 같다면 부채 규모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공정가치는 시장에서 매매되는 가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원가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IFRS 도입 전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의 부채비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나왔다. 2009년 항공사들이 그간 없던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설정한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 회계기준이 바뀐 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관련 부채가 크게 늘었다. 2009년 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관련 충당부채를 3451억원밖에 잡지 않았다. 그러나 이듬해 말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1조739억원에 이르렀다.

대한항공 이연수익은 그 뒤로도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2조6830억원까지 늘었다. 1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이연수익은 9338억원이었다. 양사를 합치면 3조6168억원에 이른다.


다만 마일리지는 돈으로 갚아야 하는 부채는 아니고 회계상 숫자에 그친다. 고객이 마일리지를 사용하거나 유효기간이 종료될 때 회사의 수익으로 바뀌는 부분이라 실제 체감하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가량으로 높지 않다. 지난해 3분기 말 대한항공의 부채총계는 20조원도 넘는다.

그럼에도 점차 누적되고 있는 만큼 항공사 입장에서는 빨리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마일리지 사용은 줄은 대신 제휴 마일리지 등을 통한 적립은 꾸준히 증가해 이제는 털어낼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이후 마일리지 공제율에 손댄 적이 없는 만큼 개편을 더 미뤄선 안된다는 목소리 역시 대한항공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연수익의 증가 속도를 늦추려면 '더 쓰고 덜 쌓이는' 방식의 마일리지 제도가 필요한데 마일리지를 더 쓰게 하려면 공제율 인상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기도 하다.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으로선 재무구조가 상당히 좋지않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전 재무 건전성 강화 등을 위해 부채를 털어낼 필요가 있다.

통합 이후의 잡음 역시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역시 대한항공과 같은 방식으로 바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병합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병합 비율은 현재로선 1대 1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치가 아시아나항공보다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통합하면 일부 소비자의 반발과 혼선이 클 수 있는 만큼 통합 이전까지 최대한 마일리지를 소진시키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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