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셀리버리, 메자닌펀드 300억 원금회수 비상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위기, 무리한 신사업에 결손금 누적
조영진 기자공개 2023-03-28 08:03:12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4일 13: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상장사인 셀리버리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존폐 기로에 놓였다. 아직 상장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자본잠식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원금을 회수해야 하는 채권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셀리버리는 최근 감사의견 거절에 의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감사범위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능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수령하게 된 상황이다. 통상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은 유동 자금이 없거나 자본 잠식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별도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셀리버리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을 약 184억원 초과하고 있다. 아울러 총 부채가 총 자산을 42억원 가량 웃도는 등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이다. 오는 10월이면 3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감사의견 거절의 주된 근거로 작용했다.
25개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2021년 9월 펀드 비히클을 통해 셀리버리의 2회차 CB(155억원)와 3회차 CB(195억원)를 매입한 바 있다. 대덕자산운용, 이아이피자산운용, 이케이자산운용, 티엘자산운용, 푸른자산운용, 유나이티드파트너스자산운용, 제이씨에셋자산운용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각 운용사들은 셀리버리의 전환사채를 약 10~20억원어치씩 펀드에 편입했다. 주식 전환청구기간은 지난해 10월부터였으나 주가 하락이 극심해 차익 실현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채권 형태로 남아있는 전환사채의 권면총액은 약 280억원 수준이다.
상장폐지는 물론 원금 회수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메자닌 투자자들이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사전에 사측으로부터 정보를 공유받은 게 얼마 되지 않을 뿐더러,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탓에 사채권자 집회도 아직 열리지 않은 상황이다.
원금 회수 요청시 발생할 손실 규모를 가늠하는 한편, 풋옵션 미행사 확약 등의 방안도 함께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10월 도래하는 풋옵션 행사기간이 감사의견 거절의 주된 근거로 작용한 만큼 조기상환을 유보해 셀리버리의 상장 유지를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시가총액이 24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시간적 여유만 부여해준다면 셀리버리가 신규 투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개선해나가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셀리버리는 일찍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재무 개선을 위한 신규 투자금 유치를 요구받아왔는데, 감사보고서 제출일까지 끝내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 유지를 자신할 수 없는 탓에 펀드 수익권자들은 투자원금의 회수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셀리버리의 유형자산은 335억원으로, 현재 남아있는 전환사채 권면총액(280억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262억원 규모의 유형자산이 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담보로 잡혀 있는 탓에 추가 자산 매각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유동화가 가능한 셀리버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약 14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는 셀리버리가 상장 유지 조건을 갖추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를 집행한 신사업이 이번 사태의 원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성장성 추천 특례로 상장한 셀리버리는 줄곧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해왔다. 코스닥 상장사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만, 성장성 추천 특례는 상장 후 5년간 이 조건이 면제된다.
셀리버리는 그간 기술력을 자신하며 LO(license out, 기술수출)를 통한 이익창출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셀리버리는 지난 2021년 11월 유아용 물티슈를 생산하는 '아진크린'을 149억원에 인수, 사명을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로 바꿔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바로 다음달인 2021년 12월에는 사업규모 확장 및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셀리버리 보유현금 140억원을 '셀리버리 리빙앤헬스'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출자했다.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는 이 중 102억원을 가지고 세종특별자치시 소정면 소재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셀리버리 리빙앤헬스의 신사업 추진 이후 재정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매출액은 2021년 말 39억원에서 지난해 말 232억원 수준까지 증가했으나, 매출원가만 234억원에 달해 사실상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로 짜여졌다. 반면 2021년 말까지만 해도 281억원이던 판매관리비는 지난해 말 666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판관비 세부항목으로는 연구개발비가 1년 새 100억원 이상 증가했고 광고비로만 162억원이 추가 사용됐다. 이에 따라 전년 수준을 500억원 이상 웃도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며 셀리버리의 자본총계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마이너스(-) 43억원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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