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지금]'내실 경영' 새 회계제도에서 받아든 성적은⑤CSM 첫 공개, 시장 기대치 밑돌아…고금리 저축성 또 다시 급증
서은내 기자공개 2023-04-25 07:30:59
[편집자주]
교보생명은 '대한교육보험'으로 시작해 지난 65년 동안 선대 신용호 회장에서 신창재 회장으로 한차례 리더십 변화를 겪었다. 두 리더의 지휘 아래 교보생명은 한국 생명보험 시장에서 다양한 업적을 만들었다. 더벨은 교보생명그룹의 규모와 계열 구조, 리더십, 소유 구조, 사업 흐름 등을 짚어보고 지주로 도전을 꾀하는 교보생명의 위상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의 이익 중심, 내실 중심 경영 체제로 전환을 선언하면서 2000년대 후반부터 외형 경쟁을 지양해왔다. 경영기조 변화 후 실제로 교보생명은 자산 등 외형 기준 순위는 업권 2위에서 3위로 한걸음 물러났으나 건전성이나 수익성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교보생명은 과거 판매된 고금리확정형 상품 탓에 이익 저하의 부담이 지속돼왔으나 신계약에서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 새로 맺는 계약들을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수정, 체력을 키워오면서다. 하지만 최근 생명보험업계가 함께 직면한 보험수요 하락, 금융 변동성 확대, 유동성 위기 등의 문제는 교보생명도 빗겨가지 못했다.
보장성 보험 확대를 강조해오던 교보생명은 지난 연말 고금리확정형 저축상품 판매를 급속히 늘렸고 결국 수입보험료에서 저축성의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이 보장성 비중을 앞지른 상태다. 보장성 상품 자체만으로 사실 큰 차별점을 갖기 어려운만큼 추가 이익을 확보할 만한 경쟁력이 높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7조7040억원, 보장성보험은 4조954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까지만해도 수입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보장성보험의 비중은 저축성보험을 크게 웃돌았다. 점차 저축성 상품 비중이 증가하면서 2021년에는 거의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큰 폭으로 저축성 보험이 보장성보험 비중을 앞질렀다.
◇ 자본에 방점, CSM은 경쟁사 대비 저조
교보생명은 올해 새로 도입된 회계제도 IFRS17 하에서 주목도가 높은 보험사 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동안 이익 중심 경영을 강조해온 결과물로서 교보생명의 체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IFRS17에서는 보험사의 이익창출력에 대해 CSM(보험계약마진)이라는 새로운 이익 지표로 회사의 미래 예상 이익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교보생명의 CSM 결과치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 별도기준 CSM은 4조5910억원으로 업권 1위인 삼성생명(10조3745억원), 2위 한화생명(9조5587억원)과 꽤 큰 격차를 보였다. 4위 회사인 신한라이프(6조7468억원)보다도 더 낮은 수치였다.
외형을 감안한 CSM 수준을 보여주는 '보험계약부채 대비 CSM' 비율도 교보생명은 5.92%를 기록해 한화생명(11.27%)이나 신한라이프(15.71%)의 수치를 크게 밑돌았다.
제도 도입 첫해 한계로 인해 회사별 정확한 비교는 쉽지 않다. CSM 산출에 사용된 회사별 가정 차이가 크고 조정 가능한 범위가 넓어 비교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위사들과의 격차가 적지 않아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지표만 놓고 보면 교보생명의 이익 체력이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교보생명은 회계전환시에 소급기간을 비교적 짧게 사용해서 CSM이 상대적으로 더 적게 산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1년 완전소급, 교보생명은 2년 완전소급, 한화생명이나 신한라이프는 3년 완전소급을 적용했다. 소급기간이 길수록 CSM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대로 자본총계는 소급기간이 길수록 줄어든다.
보험사들은 회계전환 시점에 각자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 CSM과 자본 총계 비중을 적절히 가져가는 방식으로 소급법을 각각 적용했다. 교보생명의 경우 CSM은 비교적 적게 인식하더라도 현재까지 쌓아놓은 누적 이익의 성격인 자본 규모를 최대한 키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IFRS17 적용시 교보생명의 자본 규모는 7조5770억원으로 기존 기준 하에서 자본 규모인 5조9097억원 보다 자본은 1조6000억원 가량 늘어난다. 부채는 새 기준에서 94조3773억원으로 기존 대비 16조90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 K-ICS 경과조치 신청 '이례적' 평가
IFRS17과 함께 도입된 건전성 감독기준 K-ICS와 관련해서도 교보생명이 한차례 이목을 끌었다. 경과조치 적용 신청 보험사로 이름을 올리면서다. 경과조치는 신지급여력제도인 K-ICS의 안착을 위해 당국에서 보험사에 몇년간 완화된 자본비율 산출을 적용받도록 조치를 취해준 것이다. 경과조치가 적용되면 적용 이전대비 지급여력비율을 높일 수 있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들은 건전성 수준이 대부분 하위에 속한 곳이었기 때문에 교보생명의 신청은 이례적으로 회자됐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말 RBC비율은 180.64%로 고금리 상황에서 자본비율이 급락한 여타의 보험사들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새 지급여력비율 산출에 있어서 경과조치의 도움을 신청했다는 말은 자본 관리에 있어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업계는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주주 간 분쟁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여러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고있다.
교보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로 보험지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지주로서의 경쟁력을 높일 M&A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자금 여력도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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