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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은행 판도변화]기업금융서 엇갈린 승부…이익 늘고 충당금 해소③'바젤Ⅲ 효과' 누린 하나, RWA 낮춰…관망한 KB·신한·우리, 자산 정중동·RWA 증가

고설봉 기자공개 2023-05-30 08:17:25

[편집자주]

은행 판도가 변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과 운용 전략이 변화를 맞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리스크 요인도 다양해졌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과 공공성 이슈도 주요 변수다. 최근 몇년 대동소이하던 경영전략도 각 은행별로 차이가 커졌다. 자산성장 전략과 속도는 제각각이고 큰 변동 없던 은행간 순이익 순위도 이전과 달라졌다. 더벨은 올 상반기 펼쳐지고 있는 은행 판도 변화가 일시적 현상인지, 하반기에도 지속될 이슈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2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시중은행 경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대출자산 포트폴리오다. 가계와 기업으로 양분된 대출시장에서 올해는 기업대출이 은행 판도변화의 진원지다. 그 중에서도 대기업, 중소기업 법인, 소호(SOHO) 등 차주별 대출자산 증가율에 따라 각 은행별 수익성이 결정됐다.

대형 시중은행간 경쟁에서 올 상반기 하나은행이 치고 나갈 수 있었던 요인도 기업대출이다. 하나은행은 단순히 기업대출을 확대해 이자이익을 많이 얻어 순이익을 늘린 것이 아니다.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부담이 적은 기업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려 수익은 확대하고 충당금 적립은 적게 하면서 순이익률을 높였다.

반면 경쟁사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모두 대출자산 증대에 소극적이었다. 미래 리스크 요인 등을 감안해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늘리지 않았다. 가계대출도 역성장하면서 수익 기반은 줄었다. 상생금융 등 복합 요인이 얽히면서 3개 은행 모두 순이익 중심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한발 물러섰다.

◇얼마를 벌었나보다 얼마를 쌓았나의 경쟁

올해 4대 시중은행 순이익 경쟁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충당금 이슈다. 얼만큼 많이 벌었냐보다 얼만큼 충당금을 쌓았냐 하는 점이 각 은행의 순이익률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판관비율 등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보다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적립하는 충당금 이슈로 순이익 크기가 결정됐다.

올 1분기 하나은행은 1229억원을 적립했다. 이는 하나은행 총영업이익 2조3142억원의 5.3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경쟁사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대비 충당금 적립액이 작았고 우리은행 대비로는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국민은행은 올 1분기에만 충당금 3913억원을 적립했다. 총영업이익 2조6898억원의 14.55%로 높았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총영업이익 2조2641억원의 7.88%인 1785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 충당금 795억원을 적립했다. 총영업이익 2조1095억원 대비 3.77%로 비율은 가장 낮았다.


각 은행들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등을 합해 총영업이익을 산출한다. 이후 판관비 등 지출을 제하고 영업이익을 구한다. 이어 영업외손익 등을 더하고 다시 충당금 적립액 만큼 제한다. 은행의 총영업이익에서 순이익이 추려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비용 지출은 판관비와 충당금이다.

판관비의 경우 대부분 은행들은 분기별 지출비율을 일정하게 관리하고 있다. 판관비의 핵심인 인건비가 매년 일관된 추이를 보이면서 판관비율도 대부분 45~50% 대로 정착한 모습이다.

관건은 충당금이다. 리스크 관리 여하에 따라 적립액은 분기별로 들쑥날쑥하다. 각 은행별 최소300조원의 대출자산을 보유하고 매 분기 새로운 신규 차주 발굴 빛 다양한 자산 취득, 투자 등으로 위험가중자산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각 은행들이 순이익을 증대하기 위해선 이자이익 및 비이자이익을 늘리거나 판관비를 혁신적으로 줄이거나, 충당금을 적게 쌓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올 1분기 각 은행별 순이익 경쟁에서 승부수로 작용한 것은 충당금이다.

하나은행이 올 1분기 순이익을 극대화하며 리등뱅크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충당금이다. 대출자산을 늘려 이자이익은 키우면서도 충당금을 적게 적립하면서 순이익률을 극대화 한 것이 하나은행이 1등으로 올라선 비결이다.


◇바젤3 효과 ‘기업대출 RWA’ 낮아져…일석이조 효과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은 중소기업 법인 및 소상공인 차주 지원책을 내놨다. 차주들에 자금을 풀 수 있도록 은행의 리스크 부담을 감소시켜 기업대출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준것이다.

‘바젤Ⅲ 신용리스크 개편안’은 기업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자본 부담을 낮춰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국은 중소기업 대출 위험 가중치와 일부 기업대출에 대한 부도 손실률을 하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는 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중 무담보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이 부도났을 때 손실률을 각각 45%에서 40%, 35%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위험가중치는 100%에서 85%로 조정했다. 가계대출은 별도 조정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기업대출을 100만원 늘린다고 가정하면 기존에는 RWA도 100만원 늘었다. 하지만 바젤Ⅲ 도입 이후 기업대출 100만원을 늘리면 RWA는 85만원만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대출을 늘려 이자수익이 불어도 RWA가 덜 증가하기 때문에 충당금 적립액은 기존보다 감소했다.

이처럼 RWA 증가가 제한적인 기업대출은 시중은행 입장에선 자산성장률과 수익성을 모두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이익기반으로 자리했다. 자산을 성장하면 이익은 늘고 충당금은 덜 쌓아도 돼 수익성을 단기간 끌어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순이익률이 가계대출을 늘릴 때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 1분기 기업대출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지난해 말 대비 올 1분기 말 기업대출 증가세는 1.26%로 기록됐다. 이는 국민은행 1.05%, 신한은행 0.97%, 우리은행 0.44%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전체 기업대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법인, 소호 등 차주별 대출자산 추이를 눈여겨 봐야한다. 하나은행은 올 1분기 주로 중소기업 법인과 대기업 대출을 크게 늘렸다. 대신 가계대출은 큰 폭으로 줄였다.

기업대출 위주 자산성장을 하면서 하나은행은 대출자산 증가세 대비 오히려 RWA는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대출자산 증가율은 지난해 말 대비 올 1분기 말 0.18%를 기록했다. 금액으론 4910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RWA는 190조4019억원에서 182조6796억원으로 5.06% 감소했다.

경쟁사들의 상황은 달랐다. 지난해 말 대비 올 1분기 대출자산 증가율은 국민은행 마이너스(-) 0.58%, 신한은행 0.05%, 우리은행 마이너스(-) 0.77%였다. 같은 기간 RWA 증가율은 국민은행 마이너스(-) 1.10%, 신한은행 1.13%, 우리은행 0.19%로 각각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전략적으로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대출은 늘리면서 RWA를 관리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올 1분기 1조3332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RWA도 비슷한 금액만큼 줄었다. 동시에 기업대출이 1조8230억원 늘었지만 RWA는 약 1조원 가량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경쟁사들은 모두 소극적 영업활동을 보였다. 일부 기업대출을 늘리기는 했지만 공격적으로시장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국민·신한·우리 등 경쟁사 모두 하나은행에 비해 기업대출 증가율이 낮았다. 이익 기반도 늘지 않고 RWA 감소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시중은행 관게자는 “올 상반기 하나은행의 독주는 경쟁사들 입장에서도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기업대출을 모든 면에서 큰 폭으로 성장시키면서 수익 기반을 확대하고 있는데 충당금 적립 등도 축소하면서 일석이조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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