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신사업 체크]주가 상승 노린 테마주 기승에 사업 역량 검증 '필수'[총론]1년새 AI·2차전지 진출 선언 코스닥 91개사…금감원, 진행경과 의무 보고 조치 마련 중
윤필호 기자공개 2023-06-19 07:49:51
[편집자주]
기업의 신사업 진출 또는 전환 결정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주식시장에는 활력을 안겼다. 그러나 일명 '테마주'에 편입돼 실제 기업가치와 무관한 변동성으로 피해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는 크게 늘었지만 정보 부족으로 시장에서 소외되는 형상을 보이기도 했다. 더벨은 신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상장사의 진출 배경과 역량, 성과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산업 지형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규 먹거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소·부·장 업체가 포진한 코스닥 시장에서는 ‘테마주’를 형성한 사업에 뛰어들어 성장을 모색하는 행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관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면서 주식시장에서 거래 활성화를 주도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반면 실제 내재가치와 관계없이 시장에 변동성을 높이며 혼돈에 빠뜨리기도 한다. 특히 정보나 자금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올해 인공지능(AI)이나 2차전지 등 떠오르는 사업을 겨냥해 새롭게 간판을 내건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다만 신사업의 실제 역량이나 성과는 미지수인 경우가 많다. 시장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각도 검증이 필요하다.
◇AI·2차전지 러시, 테마주 열기 주의보
국내 소·부·장 상장사는 전방산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산업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기술과 사업 역량을 활용해 대세에 발맞춰 변화를 가져가며 생존을 모색하곤 한다. 이 같은 변화는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일명 테마주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 같은 특징은 대기업이 포진한 유가증권(코스피)보다 코스피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곤 했다.
지난해부터 미래가치를 내다본 신사업으로 진출하거나 또는 핵심 사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챗GPT 바람을 탄 인공지능(AI)과 2차전지 산업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코스피·코스닥 105개의 상장사가 AI와 2차전지를 정관의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코스닥 상장사는 91개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사업별로 2차전지 사업이 54개로 AI보다 조금 더 많았다.
2차전지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신규 진출을 선언해 주가 상승세를 이끈 금양이 대표적이다. 금양은 지난해 7월부터 2차전지 사업 진출 구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1년만에 주가가 20배 가까이 상승했다. 여기에는 배터리 아저씨로 알려진 박순혁 전 홍보이사의 유명세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광산 개발 등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데다 최근 코스피200에 편입돼 공매도가 가능해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주가도 하락 전환했다.
신사업 진출은 주식시장에서 흥행을 이끌었지만 많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기업의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상승세가 이어진 만큼, 급격한 하락 등에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입은 개인 투자자가 속출했다. 테마주 열기를 활용한 불공정거래도 위기를 키웠다. 금감원은 사업목적을 추가한 상장사 가운데 정기 보고서에 경과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신사업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자본시장 성장의 그늘, 주주보호 조치 발전
이처럼 사업성이나 내재가치와 별개로 주가부양을 목적으로 테마주를 악용하는 수법이나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개인투자자의 증가에 따른 정보 소외 현상이 커지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본시장의 성장을 일궜지만 그늘도 함께 커진 셈이다. 다만 금융당국도 이 같은 사례에 대처하면서 점차 규정을 쌓으며 보호막을 갖추는 모습이다.
실제 대표적인 테마주 사례로 정치주를 꼽을 수 있다. 각종 선거철만 다가오면 유력 정치인의 학연, 혈연, 지연 등을 들어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흔히 목격되곤 한다. 여기에 정치테마주라는 이유만으로 징계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사업의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주가를 급등하는 경우도 있다. 바이오 산업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신약개발에 관한 객관적 검증 절차 없이 불확실한 정보로 투자자를 현혹시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7년 바이오 테마주가 형성되면서 대거 급등했고,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또다시 테마주로 지목된 종목들이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자본시장의 성장과 함께 그늘도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최근 정관에 추가한 신사업은 정기보고서를 통해 진행경과를 의무 기재토록 하는 등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신사업 진출 과정, 정보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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