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프리뷰]자식농사 다시 짓는 STX, 대주주 복심은①이달 주총에서 인적분할 결정…사모펀드 대주주, STX 쪼개는 이유는
허인혜 기자공개 2023-08-07 08:15:15
[편집자주]
주주총회 안건은 기업의 미래를 담고 있다. 배당부터 합병과 분할, 정관변경과 이사 선임 등 기업의 주요한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매듭짓게 된다. 기업뿐 아니라 주주들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별·보통결의 안건들은 주주의 구성에 따라 통과되기도,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한다. 더벨이 주주총회 안건이 불러올 기업의 변화를 분석해보고 주주 구성에 따른 안건 통과 가능성 등을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3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X는 한때 자식농사를 참 융성하게 지었던 기업이다. 자신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있던, 쓰러져가던 쌍용중공업을 사들인 강덕수 전 회장의 기세를 닮았던 STX는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분할로 STX라는 성씨를 여러 기업에 붙여갔다. STX에너지와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STX중공업, STX엔진과 STX건설 등이 STX의 자식이었던 곳이다.STX는 비운의 기업 중에서도 파고가 높고 깊었던 기업이다. 비상의 시기 동안 사들인 기업이 많았던 만큼 몰락의 기간 동안 많은 자회사들을 본의 아니게 떠나보내게 됐다. STX마린서비스 등 손에 꼽는 자회사만 명맥을 잇고 있다.
STX는 9월 1일 인적분할을 추진하며 재도약을 노린다. 종합상사 부문의 STX와 물류·해운 부문의 STX그린로지스로 나눈다는 목표다. 사업회사 STX는 인적분할로 무엇을 노리고, 대주주는 어떤 성공 방정식을 쓰고자 할까.
◇'9부 능선' 주총 오르는 인적분할, 통과 가능성은
STX는 오는 16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이달 밝혔다. 핵심 안건은 인적분할이다. 주식회사 STX를 STX와 STX그린로지스로 나눈다.
3월 20일 인적분할 계획을 밝힌 지 5개월 만에 9부 능선인 주주총회를 거치게 됐다. 분할 기일은 7월에서 8월로, 9월로 재차 미뤄진 바 있다. 안건이 통과되면 9월 1일자로 STX는 두 개의 기업으로 분리된다.
존속회사인 STX는 원자재와 산업재 종합 무역업을, 분할 신설회사인 STX그린로지스는 해운업과 물류업 기업으로 출범한다. 분할비율은 약 8대2다. 보유 주식 1주당 STX 0.767393, STX그린오션 0.232607주를 배정한다.
통과 가능성은 높다. STX의 대주주는 투자회사 AFC코리아의 프로젝트 펀드 APC머큐리다.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던 STX는 2018년 APC머큐리에 인수됐다. 1분기 말을 기준으로 APC머큐리의 보통주 지분만 55.41%다.
상법에 따라 기업의 분할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사안이다.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가 충족돼야 의결된다.
조건은 APC머큐리의 보유지분 만으로도 상당히 충족된다. 소액주주 지분이 1분기 말 기준 38.05%로 적다고 볼 수 없지만 일반적인 주주총회 참여율, 반대 소액주주의 집결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STX의 뜻대로 인적분할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권 재상장 예비 심사도 통과했다.
◇APC PE는 왜 STX를 쪼개나
인적분할을 앞둔 기업들은 표면적 이유 외에도 많은 것들을 복심으로 삼곤 한다. STX를 쪼개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사모펀드의 입장에서 왜 투자 기업을 둘로 나누는 결정을 내렸을까.
우선 기업의 인적분할로 주로 거론되는 '자사주의 마법'은 큰 영향이 없다. 인적분할하며 종속회사에서는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신설회사에서 의결권이 있는 신주로 배정되는데 덕분에 추가출연이 없이도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자사주 마법이라 부른다.
이 둔갑술은 기본적으로 자사주 비중이 높아야 하는데 STX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STX의 자사주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TX의 자사주 비중은 0.04%에 불과하다. 산업은행 관리와 AFC코리아(APC머큐리) 인수 등을 거치며 자사주가 1% 미만으로 유지된 지 오래다.
강덕수 전 회장 시절이었다면 자사주 매직이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강 전 회장이 경영하던 시기에는 자사주의 비중이 10% 이상으로 적지 않았다.
APC PE가 보유한 의결권도 지배력 측면에서 서운할 만큼이 아니다. 이번 기업분할처럼 뜻한 바가 있으면 이변이 없는 한 혼자서도 이룰 수 있다. APC PE는 2018년 STX 경영권지분 86.28%를 사들였는데 보통주 1523만7051주와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식(CPS) 127만1000주로 구성됐다. 그동안 APC PE가 블록딜 등으로 지분을 줄였지만 55.41%의 지분 전량이 보통주다.
이론적으로는 인적분할로 얻는 지배력 강화 효과도 없다.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을 진행하면 기존 회사 주주들에게 존속법인 지분율 대로 일정 비율의 신설법인의 신주배정이 이뤄진다. 대주주 APC머큐리나 소액주주 모두 여기서는 입장이 같다.
◇쪼개고, 붙이고…시나리오 많아지는 STX분할
하지만 효율과 수익이 최우선이자 궁극적으로는 엑시트가 목표인 사모펀드가 아무 배경없이 인적분할을 단행할 이유가 없다. 당연하게도 AFC코리아에게 중요한 건 STX의 기업가치 제고다.
그런데 사모펀드의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단순히 몸값만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무거워진 기업은 안팔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도 한다. 일부러 차와 포를 떼 몸무게를 잘 줄이는 것도 필승법이다.
결국 좋은 값에 잘 팔고 나가는 게 목표인 만큼 매각시 흥행이 될 만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사모펀드의 핵심 전략이다. 예를 들면 기업의 알토란 사업군을 떼어 효율화한 뒤 따로, 또 같이 흥정에 나서기도 한다. 사실 분할매각은 따로 설명할 필요없이 꽤 오래된 사모펀드의 고전 전략이기도 하다.
분할매각을 목표한다면 신설 사업체가 단독으로도 팔릴 만큼 알토란이어야 한다. STX 매출에 해운과 물류 부문이 기여하는 바는 아직까지는 크지 않다. 1분기 말을 기준으로 에너지 사업의 매출이 18.86%, 원자재 수출입 사업이 73.16%, 기계와 엔진 사업이 5.06%이다.
해운과 물류 부문은 2.44% 수준이다. 다만 성장세가 괄목할 만하다. STX의 해운 부문은 지난해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380%나 늘었다. 계열사 STX마린서비스와의 선박관리 사업 통합도 예정돼 있다. STX도 신설법인으로 STX조선해양의 DNA를 잇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팔리기 전까지 유동성 확보 등 자본창출 창구가 많아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사업 부문이 복수일 경우 매각 과정이 용이한 데다 상장사일 경우 분할 뒤 각각 시가총액이 발생하는데 합산 시총이 늘면 보유가치가 확대되고 리캡(자본재조정)도 용이해 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AFC코리아가 단기간에 STX 매각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AFC코리아는 중국의 주요 화주들과 대만 최대 컨테이너 해운업체 에버그린마린 등과 협업해 여러 선박 펀드를 운영했다. STX 인수도 선박펀드 출자자들과의 시너지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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