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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 임추위에 집중된 권한…비상임이사 주도권 불가피 [지배구조 분석]회장·사외이사·자회사 CEO 후보 한 곳에서 추천…사내이사 참여 제한적

이기욱 기자공개 2024-05-02 08:04:41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이 수시 검사에 이어 정기 검사까지 예고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핵심은 농협금융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이 될 전망이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임추위가 지주 회장을 포함한 사외이사, 자회사 CEO 등 후보 추천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지주 회장이 참여할 수 없는 구조로 인해 농협중앙회 측 인사인 비상임이사가 임추위를 주도하는 상황이 문제시 되고 있다.

◇금감원, 농협금융 지배구조 '정조준'…주주 측 임추위 참여는 일반적

금감원은 지난 24일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22일부터 사전 검사를 실시 중이며 내달 중순 정기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배임사고 등을 이유로 수시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검사에서 내부통제 체계의 취약점을 발견해 추가적인 검사에 나서게 됐다.

주요 점검 사항은 지배구조의 적정성이다. 금감원은 금융지주회사법 45조의4 '주요출자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100% 모회사다.

농협금융 지배구조의 핵심은 임추위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비상임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측의 비상임이사가 임추위에 참여해 계열사 CEO 인사에 관여하는 방식이다. CEO 인사 권한은 결국 전 계열사 장악으로 이어지게 된다.

주주 측 인사가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비상임이사 형태는 아니지만 신한금융지주 역시 재일교포 추천 사외이사들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과점주주 측 사외이사 5명이 모두 임추위에 참여한다. BNK금융지주의 롯데그룹과 JB금융지주의 얼라인파트너스, OK금융그룹 등도 마찬가지다. 삼양사의 경우 농협중앙회와 유사하게 비상임이사를 통해 임추위에 참여하고 있다.

◇5명이 주요 인사 전담…주요 계열사 CEO, 사실상 4명이서 추천

농협금융이 유독 문제시 되는 건 임추위의 권한과 세부 구성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임추위 한 곳에서 회장과 사외이사,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을 모두 담당한다. 신한금융과 KB금융, 하나금융, DGB금융, JB금융 등은 회장과 사외이사, 자회사 CEO 후보 추천 기구를 각각 구분해 놓고 있다. 우리금융과 BNK금융도 최소 두 곳으로 권한을 나눠놨다.

각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들도 모두 다르다. 겹치는 인원도 일부 있지만 100% 동일하게 위원회를 구성하지는 않고 있다. 소수의 이사회 멤버가 주요 인사를 모두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회추위와 사추위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하고 CEO 후보 추천위원회에는 회장도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농협금융은 5명의 임추위원이 후보 추천을 전담한다. 회추위 기능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회장은 임추위에서 제외된다. 대신 농협금융 부사장이 사내이사로서 참여해 지주 측 입장을 대변한다.

하지만 계열사 CEO 인사에서는 이마저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 농협금융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 CEO 후보군에 대부분 포함되기 때문에 임추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 지난해 농협금융 임추위 개최내역을 살펴보면 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후보와 NH저축은행 대표 후보를 심사·선정할 때 김익수 사내이사는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2022년 배부열 이사 역시 NH농협은행장, 농협생명 대표, 농협캐피탈 대표 선정 때 같은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다.

사실상 비상임이사를 비롯한 사외이사 3인이 주요 계열사 CEO 후보를 추천하는 셈이다. 비상임이사가 주도할 수 있는 구조로 농협중앙회 측 의견이 농협금융 회장의 의견보다 강하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역시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어 임추위의 권한을 나누고 농협금융 회장이 임추위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지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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