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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농협 지배구조 진단]전국 단위 선거 '한계'…지역 안배 전통 여전④부회장·사업 대표 등 4인, 출신 지역 균등 분배…인사 합리성 저하 우려

이기욱 기자공개 2024-06-03 12:29:50

[편집자주]

농협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NH농협투자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작된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 이슈가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검사로까지 이어졌다. 농협금융지주를 넘어 전 농협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 개입도 문제시되고 있다. 배임, 외환 송금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지배구조를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농협 주요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9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배구조상 농협과 일반 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최고 경영자 선임 방식이다. 사외이사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타 기업들과는 달리 농협중앙회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전국 단위로 흩어져 있는 유권자(조합장)들의 지지가 조직 장악의 기반이 된다.

때문에 다른 조직보다 '출신 지역'이라는 요소가 인사에 강하게 반영된다. 대표적으로 중앙회 내 주요 임원들의 출신 지역이 중복되지 않으며 주요 계열사 CEO 선임 시 출신 지역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능력 외 외부 요소가 선택권을 제한해 인사의 합리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년간 핵심 4인방에 20명 거쳐가…충청·호남 5명씩 최다

지난 1988년 민선제 도입 이후 올해까지 36년동안 농협중앙회장에 오른 이는 총 7명이다. 대의원 간선제나 조합장 직선제 등 선거 제도상 차이는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전국 단위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농협중앙회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역 구도다. 각 후보자의 출신 지역이 어딘지, 같은 지역에서 몇 명의 후보가 출마했는지 등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호남과 충청, 경북, 경남 등 유권자가 많은 지역의 지지가 당선의 필수 요소다.

이는 회장 선거 후 영향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강원과 제주 지역의 조합장 대표들도 동일하게 1명씩 중앙회 이사회에 이사로서 참여한다. 하지만 중앙회장이 인사를 단행할 때 해당 지역들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회장이 가장 먼저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전무이사 부회장 △상호금융 대표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 △조합감사위원장 등 4인방의 역대 선임 양상이 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2015년 이후 올해까지 10년동안 강원 또는 제주 출신이 해당 자리를 차지한 사례는 없었다.

총 20명의 인사가 4자리의 요직을 거쳐 갔다. 크게 호남, 충청, 경북, 경남, 서울·경기 등 지역의 인사들이 골고루 포진됐다. 호남과 충청, 경북 출신 인사가 각각 5명씩 선임됐으며 경남이 2명, 서울·경기가 3명이었다.

농협대학교 총장과 농민신문사 사장 등 중앙회 산하 주요 기관장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10년동안 총 28명의 인사가 7개의 자리를 거쳐 갔지만 제주, 강원 출신 인사는 전무하다. 충청권 인사가 7명으로 가장 많고 호남이 6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경북과 서울·경기 출신이 각각 5명씩 있었으며 경남 출신이 3명 선임됐다.

◇같은 시기 지역 중복 단 한 차례…이사회·대의원회 운영상 불가피

보다 눈에 띄는 것은 중앙회 요직 4인의 출신 지역이 동일하게 겹친 적이 한 차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재 지준섭 부회장(서울)과 여영현 상호금융 대표(경북), 박서홍 농업경제 대표(전남), 박석모 조합감사위원장(경남)의 출신 지역도 모두 다르다.

바로 직전의 이재식 부회장과 조소행 상호금융 대표, 우성태 농업경제 대표, 박태선 조합감사위원장 역시 각각 출신 지역이 경북, 충남, 경기, 전남으로 상이하다. 이성희 전 회장의 취임 초기를 함께했던 유찬형 부회장과 김용식 조합감사위원장만이 각각 대전과 충북으로 같은 지역 출신이다.

김병원 전 회장 시기에도 해당 임원 4명은 경남, 경기, 충북, 대구(2016~2017년)와 경남, 전북, 충북, 대구(2018~2019년) 등으로 나눠졌다. 자신의 당선에 도움을 줬고 향후 농협 운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지역에 대한 배려로 해석된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충청권 출신 인사가 가장 많은 것도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충청권 인사는 가장 인원이 많을 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빠지지 않고 4자리에 이름을 올려왔다.

이러한 지역 안배 인사 기조는 중앙회 이사회와 대의원회의 원활한 의사결정을 위해 불가피한 특성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주요 임원 및 계열사 CEO 인사에 출신 지역 요소가 과도하게 개입될 경우 선택권이 제한되고 인사의 합리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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