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업계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시장입니다. 급변하는 벤처생태계에 맞춰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하우스의 업력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죠."최근 만난 국내 한 중견 VC 관계자가 한 말이다. 벤처캐피탈 시장의 속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전쟁터에 가깝다. 꾸준히 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만들고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펀딩·투자·회수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가령 국내에서 가장 업력이 오래된 아주IB투자는 국내 대표 하우스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1974년 설립돼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가장 먼저 글로벌 진출 필요성을 파악하고 해외 투자에 도전하는 등 다양한 VC 이정표를 세웠다. 현재 하우스가 굴리는 운용자산(AUM)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00년 이전 설립돼 현재까지 사업을 영위하는 VC는 25곳이다. 이중 대다수는 중·대형으로 분류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5곳 하우스의 벤처조합 AUM 평균은 8063억원이다. AUM 순으로 줄세워 보더라도 1조원 이상 하우스의 평균 업력은 24년에 달한다. 한국투자파트너스(1986년 설립),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1988년), KB인베스트먼트(1990년), LB인베스트먼트(1996년) 등이 대표적이다.
VC의 업력이 길다는 건 그만큼 시장 환경에 맞춰 발 빠른 변화를 지속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끊임없이 투자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유망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출자자(LP)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펀드를 결성하는 선순환을 갖추는 게 VC 입장에선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하우스에서 오래 머문 벤처캐피탈리스트도 그 가치가 크다. 이는 회수 성과 수익률에 따라 수령하는 성과보수 체계와도 맞닿아 있다. 통상 심사역이 스타트업에 투자 후 회수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적절한 회수 시점을 기다리고 있는 심사역 입장에선 성과보수 때문이라도 회사를 떠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진짜 실력자는 한 회사에 오래 있는 심사역"이라는 말도 들린다.
벤처생태계를 둘러싼 환경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유동성 파티가 끝난 이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성장'보다 '생존'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VC는 앞서 그랬듯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며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끝내 살아남는 자가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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