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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리스크 줄이는 빅파마, '데이터' 필요한 K-바이오

최은진 제약바이오부장공개 2025-02-27 08:08:19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6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십조원을 운용하는 미국 한 바이오 벤처 펀드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던 중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았다. 미국 빅파마들이 가진 현금으로 나스닥에 상장된 중소 바이오 벤처 전체를 사들일 수 있다고 한다.

나스닥에 상장한 바이오 벤처라면 어느 정도 기술력 검증은 이뤄졌을터. 후속 파이프라인이 필요한 빅파마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사들여도 될 법한데 그렇지 않다. 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가만 지켜보다가 더 진전된 파이프라인을 적기에 사들인다는 얘기다.

이는 K-바이오 입장에서 두가지 관점을 고민해볼 수 있다. 미국에서만도 수많은 기술이 빅파마의 선택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고 그래서 빅파마들은 급할게 없다는 것.

임상 및 상업화를 위해 돈 많은 파트너를 잡지 않으면 빛 보기 힘든 척박한 바이오 업계 현실을 감안하면 씁쓸하다. 그럼에도 자생력 기반이 취약한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을 겨냥하는 건 불가피하다.

K-바이오 입장에선 빅파마의 움직임에 맞춰 기회를 엿봐야 한다. 우리 기술력을 글로벌 수준과 끊임없이 비교해보고 끌어올리는 건 물론 빅파마와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타진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실 '데이터'에 있다고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선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고 시장에 선봬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데이터가 전부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데이터를 쌓아올리려면 뭘 해야 할까. 바로 생존력. 어떤 방식으로 임상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상황에서 기술이전 외 다른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협업, 공동개발은 물론 펀딩, M&A, JV 등 대안은 있다.

최근 에이비엘바이오가 ADC 파이프라인 3종을 미국 법인으로 이관해 통매각이나 나스닥 상장 등 기술이전 외 새로운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건 주목할 지점이다. 3종 중 하나의 물질을 먼저 기술이전해 나머지 2종의 임상 수행 여력을 만든 후 데이터를 쌓아올리고 엑시트하는 그림이다. 빅파마 대상 매각이 될 수도 있고 법인 자체를 상장시킬 수도 있다.

알테오젠과 오리온이 기술과 생산을 결합한 조인트 벤처를 기획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하나의 아이디어다. 기술력이 있는 알테오젠의 SC 제형변경 플랫폼과 바이오 시밀러에 생산까지 밸류체인으로 갖춘다면 돈 버는 바이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캐시카우 사업을 만들어 내면 R&D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결국 데이터는 또 쌓이게 된다.

돈 많은 빅파마도 불확실을 줄이기 위해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데 아무 기반 없는 K-바이오는 왜 리스크 관리를 고민하지 않을까.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힘, 데이터를 당당히 공개할 수 있는 투명성. 결국 이에 대한 고민과 몰두가 필요하다. 바이오 산업은 '데이터'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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