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VC 로드맵]송영석 대표 "KB인베, 투자보다 회수액 많은 원년될것""LP 만족 최우선, 질적 성숙 지속…보스턴 지사 성과 가시화"
최윤신 기자공개 2025-02-20 09:01:28
[편집자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벤처캐피탈(VC) 업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에 미국의 정권교체를 비롯해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혹한'을 견뎌 온 VC업계에는 큰 긴장감이 감돈다. 더벨은 이런 상황 속에서 주요 VC 수장들이 가진 목표와 비전을 조명하고 하우스별 펀딩과 투자, 회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7일 15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송영석 KB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취임 직후 양적 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공언했다. 공격적 펀드레이징을 지속하기보다 질적 성숙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지난해 KB인베스트먼트는 적극적으로 펀드레이징에 나서지 않고 투자를 가다듬고 회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최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송 대표는 "운용자산(AUM) 확대는 제한적이었지만 내부에선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고 자신했다. 그는 올해도 질적 성숙에 더 치중할 예정이다.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방향성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은 그는 "올해 KB인베스트먼트가 출자자(LP)들의 신뢰를 받는 하우스로 거듭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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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368억원의 펀드레이징 실적을 쌓았다. 1025억원으로 1차 클로징한 '스타트업코리아케이비세컨더리' 펀드가 가장 큰 규모다. 이는 지난 수년간 KB인베스트먼트의 펀드레이징 실적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3000억원 이상의 펀드레이징 실적을 쌓아왔다.
펀드레이징이 많지 않았던 건 지난해 취임한 송 대표의 경영방침과 관련이 깊다. 그는 VC AUM을 빠르게 늘려온 KB인베스트먼트가 당분간 양적성장보다는 질적성숙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내실있는 투자와 회수에 집중해 LP로부터 신뢰와 인정받는 하우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경영에 나섰다.
송 대표는 "그간 빠르게 양적성장이 이뤄진 만큼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는 시기라고 보고 있다"며 "올해까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다시 AUM을 늘려가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펀드레이징과 달리 투자와 회수에선 괄목할만한 성과를 써냈다. 벤처펀드와 사모펀드(PEF)를 통해 총 2775억원의 투자를 단행하며 리그테이블 집계에 참여하는 벤처캐피탈 중 3번째로 많은 금액을 투자한 하우스로 기록됐다. 벤처펀드로 1844억원을, PEF로 931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지만 선별적인 기조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형 펀드 위주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에 큰 규모를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회수가능성을 고려해 더욱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회수가 어려운 시장상황이었지만 KB인베스트먼트는 좋은 회수 성과를 거뒀다. 벤처펀드로 1774억원, PEF로 395억원을 각각 회수했다. 합산한 실적은 2169억원으로 회수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송 대표는 회수시장의 분위기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살아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를 바탕으로 올해는 더 많은 금액을 회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 대표는 "올해 4000억 가까이 회수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바이오 섹터에서만 1600억원가량의 회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요소로 '잠재성장률'을 지목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변수는 정치와 매크로이지만 긴 듀레이션(Duration·평균 회수기간)을 가진 VC업종의 특성을 감안할 때 더 중요한 건 잠재성장률"이라며 "잠재성장률이 1%대로 진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감안해 글로벌(해외) 투자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다. 그는 "현재 투자잔액 대비 글로벌 투자 비중이 28%가량"이라며 "이를 조금 더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LP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기틀을 다지는 게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다. 송 대표는 "결국 VC의 고객은 LP"라며 "투자의 결과인 수익률로서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이며 투자이후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LP 중심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펀드레이징은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그는 "아직 드라이파우더가 많이 있기 때문에 대형 펀드보다는 세컨더리펀드와 글로벌 펀드 등 특수한 목적의 펀드 결성을 고려하고 있다"며 "2000억원 이하 규모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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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역이 펀드 주인의식 가질 수 있는 구조 지향
올해 초 단행한 조직개편에서는 송 대표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심사역 출신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의 선임이다. KB인베스트먼트는 국내 VC 중 흔치 않게 CRO를 두고 운영하는 회사다. 송 대표는 지난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직전 CRO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가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감사실장 출신이 CRO를 맡았는데 이번 조직개편에서 심사역 출신인 장정훈 CRO를 새로 선임했다.
송 대표는 "CRO가 투자심의 과정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 줄 필요가 있으며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더 적극적인 솔루션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었다"며 "밀도와 커뮤니케이션 등의 적극성 등을 감안할 때 투자심사역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담당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두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역할과 책임(R&R)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형준 CIO가 벤처투자조직인 벤처 1~4본부를 모두 이끌면서 PE투자본부와 글로벌투자본부, 투자지원본부를 책임진다. 국찬우 CIO는 바이오투자본부와 함께 미국 보스턴 지사를 이끄는 데 집중하는 구조가 됐다. 보스턴 지사의 성과가 가시화하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송 대표는 "보스턴 지사가 현지의 딜 소싱능력을 키우며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 현지 인력 채용에도 나섰는데 수백명의 고급인력들이 지원하는 등 현지 시장에서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자부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2023년 글로벌 바이오 중심지인 미국 보스턴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글로벌 바이오텍에 투자하고 있다. 설립 2년여만에 투자 기업의 IPO가 가시화하고 있기도 하다. 보스턴 지사에서 2023년 투자한 오디세이 테라퓨틱스(Odyssey Therapeutics)가 연내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자가면역과 염증성질환에 대한 정밀 치료법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이번 인사에서 신설된 투자지원본부의 역할도 주목된다. 기존 백오피스인 펀드기획실이 하우스의 펀드레이징을 주도했는데, 투자본부 산하의 조직으로 새로 태어났다. 송 대표는 "CIO 산하에서 각 펀드의 심사역과 투자지원본부가 힘을 합쳐 펀딩에 나설 수 있는 구조"라며 "각 심사역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펀드를 결성해 운용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런 조직변경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KB인베스트먼트가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출자에 그치지 않고 외부 LP로부터 출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송 대표는 "올해는 투자금액보다 회수금액이 커지는 첫 해가 될 것"이라며 "KB금융그룹의 지원으로 성장하던 그간의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LP가 찾는 VC로 거듭나는 기틀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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