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Paper]한국물 발행 유연해졌나…환율 방어 나선 공기업작년말부터 정부 기조 변화…4월 발행 봇물 예상
이정완 기자공개 2025-02-27 07:37:29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4일 16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발행 최종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맡는 기획재정부의 기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동안 원화 스와프(Swap) 목적을 깐깐하게 살폈지만 작년 연말부터 크게 따져 묻지 않는 분위기다. 외화 조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한층 유연해졌다.연초 한국물 시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가중된 금리 불확실성으로 인해 발행사의 관망세가 강했다. 공교롭게도 2분기에는 공기업의 대규모 발행이 예정돼 있다. 환율 안정화를 위해 공기업이 최선봉에 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분기 원화 스와프 수요 몰릴 듯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공기업이 외화채 발행을 위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배포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2분기 초인 4월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4월 한국물 윈도(Window)가 이미 빽빽하게 차있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IB업계에서는 기획재정부로부터 발행 일정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전보다 분위기가 유연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윈도를 받기 위해선 조달 목적을 설명하는데 일반적으로 발행사와 주관사는 시장 환경에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와프 계획을 알리곤 한다. 이 경우 기획재정부에서 이행 여부를 묻는데 작년 말부터는 스와프에 대한 질문이 뜸해졌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유연한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환율 상승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작년 12월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환율 방어에 나섰다. 개선 방안에는 외화 조달 여건 개선 내용도 포함됐는데 우리 정부는 “현재 엄격한 제한 적용 중인 국내 기관의 외화 조달에 대해서는 발행 시기·용도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발행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임 직후 외화채 시장 등판에 조심스러운 기조를 나타냈다. 관세와 감세 정책 등으로 인해 금리 움직임을 내다보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앞장서기 힘들어했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이 선봉장으로 나서 각 30억달러씩 조달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발행사 수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
지난달 발행 후 현재 한국물 시장은 주춤한 흐름인데 2분기가 시작하자마자 공기업 등판이 예고되면서 정부의 외화 조달 의지에 호응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온다. 물론 연내 상환 일정이 도래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2분기 초에 발행이 집중됐다는 반응이다.
이 경우 원화 스와프 조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통상 공기업은 외화를 조달해 원화로 스와프해서 사용한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기관이 달러화를 원화로 바꾼다고 할 경우 시장에 원화 수요가 몰리게 되는 셈”이라며 “지금까지는 원화 스와프 조건이 양호한 분위기지만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물 '피로도' 반응 나올까
환율 방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결국 차환을 고려한 일상적인 조달이란 평가다. 다른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한국물 RFP를 배포한 기업 대부분 올해 차환을 위한 목적"이라며 "환율 방어와 연관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율 방어 목적과 별개로 발행 일정이 4월에 집중되면서 한국물 피로도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공기업 뿐만 아니라 이 무렵 발행을 준비하는 민간기업도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국가별로 투자 한도를 정해놓는 경우가 있다. 한국물이 아무리 많이 등판한다고 해서 무한히 투자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물론 중국 기업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한국물의 존재감이 달라졌지만 동시에 많은 발행사가 등장하면 투자자도 피로도를 언급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4월 발행을 계획하다가 이를 피하려는 발행사도 나온다. 투자 수요가 분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국물 피로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2분기에는 이를 고려한 일정 수립도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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