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8월 18일 07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쯤이면 서로를 위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여천NCC의 자본 확충과 사업 정상화 해법을 두고 공동 주주사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른 이후 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이다.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인 부도와 자금 경색까지 서슴지 않게 등장할 정도로 양사의 신뢰는 균열이 난 상태다.한화와 DL은 각각 50%의 지분을 쥔 채 25년간 여천NCC를 경영해왔다. 합작 초기만 해도 나프타분해설비(NCC)라는 석유화학 기초소재 분야에서 보기 드문 균등 합작 모델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업황 악화와 자금 위기, 투자 우선순위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누적된 데다 최근 원료공급 재계약 시기가 도래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골이 깊어졌다.
합작법인의 결별은 산업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그러 말처럼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여천NCC는 중국발 공급과잉이 발생하기 전인 2003년부터 2020년(2017년 제외)까지 17년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4조4300억원을 배당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어느 한쪽이 포기할 리 만무했다.
합작사의 사업이 어려워진 경우에 결별은 더 쉽지 않다. 누가 손실을 떠안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NCC 사업이 중국발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아 범용 제품 마진이 무너지고 가동률이 추락한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4개 사업장에 있는 13개 공장의 가치가 제각각이라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한화와 DL의 여천NCC 지분은 같지만 여천NCC 설립 초기에 DL 측 설비와 인력 70%에 달했다고 한다. 양사가 2023년에 여천NCC 분할 건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건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한화와 DL은 좋든 싫든 당분간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아름다운 결별을 원한다면 서로의 성장 전략 차이와 산업 환경 변화 등의 공통 분모를 결별 명분으로 쌓아가는 게 현명하다. 지금처럼 상대방의 경영능력과 잘잘못을 지적하는 책임론만 부각되면 여천NCC의 평판 리스크만 커질 뿐이다.
실제로 자본시장에선 이번 사태로 대기업 계열이라고 해서 모회사의 자금 지원 가능성이 무조건 크다는 인식이 약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합작 청산을 잡음없이 마무리한 사례들을 보면 파트너사에 대한 존중이 기본에 깔려 있었음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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