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경영 거버넌스 점검]"중대재해 처벌 방지, 실질적 방지 활동 재촉해야"[thebell interview]율촌 정대원 변호사 "시스템 갖춰도 현장 부주의 사고 발생 허다"
이돈섭 기자공개 2025-08-20 08:20:07
[편집자주]
연이은 산업재해 소식으로 안전경영이 화두에 올랐다.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계기로 산업안전 정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고 그동안 의미있는 변화를 달성한 기업도 적지않다. 하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들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theBoard는 주요 기업의 안전경영 관련 거버넌스를 심층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8월 14일 15시58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이앤씨 공사현장 사고 여파가 산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중대재해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산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소재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만난 정대원 변호사(사진)는 실질적 사고 방지 기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율촌 중대재해센터 소속의 정 변호사는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업계 최초 중대재해 위반 사건 무혐의 불기소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키도 했다.올해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2022년 시행된지 3년이 되는 해다. 중처법의 요지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재해가 일어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한다는 것이다. 중처법이 형사법에 해당하는 만큼 대부분의 기업은 중처법이 요구하는 사항을 만족하는 데 집중해왔다. 14일 현재까지 중처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건은 80여건에 이르고 실제 형사 처벌된 건은 50건에 가깝다.
지금까지 중처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기업은 중견·중소기업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초까지 상시근로자 수 50명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 중처법 시행이 유예됐기 때문에 향후 소규모 기업 위반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번 포스코이앤씨 사고를 계기로 안전보건 관리 재원이 비교적 풍부한 대기업 계열사도 도마 위에 오르자 상당수 기업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정 변호사는 "정부가 포스코이앤씨를 대상 제재안을 검토에 들어가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어떤 제도가 어떻게 바뀔 것일지 혹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지금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기 때문에 기업 문의가 들어올 경우 현행 중처법상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열교환기 가동 중 내부 압력으로 이음새 부품이 부서진 것이었는데 기업이 2021년부터 컨설팅을 받으며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설비 점검을 받아온 사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정 변호사는 "중처법은 작업자 부주의가 발생하더라도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사전에 취해놓으라는 취지인데 현장에선 작업자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중처법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보다는 관련 시스템만을 갖추라고 재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다. 현장 근로자 대부분이 고령자와 외국인인 점도 현장 소통 문제점으로 주목받곤 한다. 실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한발 더 나아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정 변호사의 조언이다.
중처법 위반이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는 점도 실질적 안전조치를 막는 부담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정 변호사는 "안전보건 의무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이 인과관계를 규범적으로 판단한다는 법원 판례가 있지만 대표 입장에서 본인 스스로 안전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 미흡한 부분이 발견됐을 때 본인이 되려 더 큰 책임을 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실질적 사고 방지 수단이 아닌 개인적 방어 목적으로 안전보건 정책을 활용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서 관련 활동 이력을 형식적으로 남김으로써 향후 형사 처벌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 어느날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난 경우 그날 대표가 새로 취임했다면 최종 책임은 새 대표가 진다는 점도 문제다. 지속가능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 이사회 차원의 대응 마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현행법은 매년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해서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사회가 각 담당자에게 어떤 역할과 책임을 부여할지 정하고 예산 가이드라인도 제정할 수 있다. 안전 관리는 영업 활동과 상충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사회가 관련 기준을 먼저 정해놓는 것이 향후 리스크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정 변호사는 "원칙적인 얘기이지만 중처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관련 담당자에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고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가 고민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에 법적으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책임 소지를 따져 소극적으로 관여할 경우 더 큰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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