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한일시멘트, 단기차입으로 '금리 일단 아끼자'유동성차입금 비중 67% '상승세'...업황 침체에 지속가능성 우려
임효진 기자공개 2025-10-10 17:07:20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30일 07시1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시멘트 차입금 구조가 단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빚을 갚을 때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지 않고 새로운 빚을 내서 기존 빚을 갚는 행위를 짧은 기간에 반복하고 있다.최근 단기금리가 낮아진 가운데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한일시멘트 측 설명이다. 시멘트 업황 악화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유동성차입금 비중을 더 늘렸다. 한일시멘트는 지난 5년간 30~40%대를 유지해 왔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유동성차입금 비중은 47%였다. 올해 6월 말 기준준 유동성차입금 비중이 67%로 치솟았다. 이 경우 차입금 대부분이 1년 내 만기라 상시 차환이 불가피하다.
현금커버리지 비율도 이 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현금커버리지 비율은 당장 갖고 있는 현금만으로 단기차입금을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올해 6월 말 기준 4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현금커버리지 비율은 97%였다.

회사의 유동성을 알아보기 위해 현금커버리지 비율을 사용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유동비율이 시멘트 회사의 재무구조를 보여주는 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6월 기준 유동비율은 111%로 2023년 160%를 기록한 이후로 꾸준히 떨어졌다. 유동비율은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100% 이상이면 단기부채를 단기자산으로 안전하게 상환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에서는 이런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시멘트 회사는 시멘트를 한번 생산하면 일정량을 재고로 쌓아둔다. 이 재고는 전부 유동자산으로 잡히기 때문에 장부상 유동자산 규모가 자연스레 커진다. 또 주요 고객이 건설사·레미콘사라서 외상거래가 관행적으로 이뤄져 매출채권이 크게 잡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시멘트 회사의 단기 상환능력은 장부에 명시된 것보다 떨어진다. 실제로 한일시멘트 현금비율은 낮은 편에 속했다. 2021년 유동부채 대비 비율은 별도 기준 7.71%에 불과했다. 단기차입금 비율이 늘어난 현재는 22.4%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는 현금이 없어서보다 현금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아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현금창출 지속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
따라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통해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최근 상황은 좋지 못하다. 한일시멘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2462억원에서 2024년 1316억원까지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약 545억원 수준으로 2024년 절반이 채 안 된다.
기업이 본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단기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는 영업활동현금흐름 대비 단기차입금 비율이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300%대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 219%로 떨어졌다.
현 시점에 2025년 수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월 기준 단기차입금이 기존 600억원 수준에서 151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다.
전략적으로 상시 차환을 택한 것이라고 해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피한 돌려막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줄거나 적자가 나면 차환만으로 버티게 되고 결국 총부채가 줄지 않아 레버리지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한일시멘트 단기차입금이 갑자기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실제 빚이 늘어서가 아니라 장기 차입을 단기로 갈아탔기 때문”이라며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최근 금리가 내려가자 단기차입 형태로 재차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thebell interview]안건준 레이저쎌 대표 "양산계약 가시화, 내년 턴어라운드 목표"
- [i-point]'급속 충전' 채비, 3세대 급속 충전기 출시
- [i-point]유니켐, 300억 BW 완판 "신사업 본격화"
- [i-point]엔알비, LH 고흥도양지구에 모듈로 공급주택 공급
- [i-point]위세아이텍, '태국 스마트시티 엑스포 2025' 참가
- [보험경영분석]농협생명, 보험손익 감소에도 '순익 2000억' 확보
- [보험경영분석]농협손보, 킥스 하방압력에 자본확충도 역부족
- [Policy Radar]햇살론 취급하면 인센티브…저축은행 영업지형 바뀐다
- [70주년 현대해상 리포트]글로벌 도전정신, 수익 성장축으로
- [금융 人사이드]'기획통' 황기연 신임 수출입은행장
임효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Company Watch]LX인터, 이중 악재에 고전…신사업으로 활로 찾는다
- [그룹의 변신 Before&After]전선에서 해저케이블까지 ‘수직계열화 20년’
- [LCC 출혈경쟁]‘매출 3배’ 에어로케이, 자본잠식 탈출 가능하나
- [thebell note]가벼운 혁신
- LX그룹, 2026년 정기 인사 단행…CFO 라인 승진·이동 ‘집중’
- [LCC 출혈경쟁]통합 LCC 앞둔 에어서울, '안전투자·재무정비' 병행
- 포스코인터, 북미 가스전 지분 인수 협상 본격화
- 김정아 이노션 신임 대표…현대차그룹 ‘첫 여성 CEO’ 탄생
- 중간지주 합병 쌍용C&E, 매각위한 '신호탄'인가
- [LCC 출혈경쟁]‘자본잠식’ 탈출 티웨이항공, 현금흐름 개선 과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