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공급망' SK온은 왜 못 들어갔나각형 폼팩터 부재·파트너십 관성·그룹 네트워크 격차
김정훈 기자공개 2025-11-06 15:10:06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5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이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테슬라 공급망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각형 폼팩터 부재와 기존 파트너십의 관성, 그룹 차원의 시너지 한계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시장 확대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현재 테슬라와 직접적인 공급 계약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테슬라 중심의 북미 공급망과 접점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로 축이 재편된 비 중국 공급망 구도 속에서 SK온의 공백은 산업 구조적 제약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실제 경쟁사들은 최근 테슬라와 잇따라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7월 테슬라와 약 43억달러 규모의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도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테슬라에 납품할 계획으로, 연간 10GWh 규모가 예상된다. 두 회사 모두 EV를 넘어 ESS 영역까지 공급망을 확장하며 ‘비(非)중국 축’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SK온이 테슬라 공급망 내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배경에는 폼팩터 차이가 자리한다. 테슬라는 ESS ‘메가팩(Megapack)’ 등 대형 제품군에서 각형(prismatic) 셀을 주로 채택한다. 알루미늄이나 강철 케이스로 제작되는 각형 셀은 열관리 효율과 대용량화에 유리해 ESS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반면 SK온의 주력은 파우치형이다. 전력 밀도는 비슷하지만 팩 구조와 냉각 설계 방식이 달라 테슬라 조립 라인과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파트너십의 관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와의 EV 및 전극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품질·인증 체계를 ESS 영역으로 확장했다. 이미 검증된 공급망과 공정 신뢰도가 유지되면서 신규 진입자의 기회가 제한됐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정용부터 산업용 프로젝트까지 글로벌 ESS 납품망을 확보하며 안정적 레퍼런스를 넓히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SS 시장이 메가팩 중심으로 대형화되면서, 조립·냉각·공정 일관성 등 기존 협력 네트워크가 조달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의 네트워크 역시 간접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도체·전장 부문에서 이어온 거래 신뢰가 ESS 조달 과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테슬라의 공급망은 기술 호환보다 신뢰, 현지화, 안전성 등 복합 요소가 결합된 장기 구조”라며 “그룹 간 교차 거래 관계가 자연스러운 우선협력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SK온이 북미 전기차 생태계에서 완전히 소외된 것은 아니다. 리비안(Rivian) 등 주요 완성차 스타트업과 수십 GWh 규모 장기 공급계약을 맺으며 ‘안티 테슬라’ 진영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ESS 부문은 테슬라가 2024년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6%(S&P 글로벌 기준)로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플루언스(Fluence) 등 경쟁사들이 뒤를 잇고 있다.
SK온은 미국 내 ESS 생산능력(CAPA) 확충과 기술 다변화를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인터배터리 2025’에서 양방향·단방향 각형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고, 대전 미래기술원 내 파일럿 라인에서 시험 생산을 진행 중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온은 복수의 완성차와 각형 셀 공급 논의를 이어가며, 수주 확보 시 양산 체계를 신속히 구축할 계획이다.
ESS의 경우 올 9월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추가 6.2GWh 물량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2026년 하반기 납품이 목표로, 기존 라인을 전환해 미국 내에서 ESS용 LFP 파우치셀을 양산할 계획이다. SK온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플랫아이언 외 다수 미국 고객사와 최대 10GWh 이상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논의 중이라 밝히며,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SK온 관계자는 “테슬라 공급망은 폼팩터와 신뢰 네트워크, 현지화 역량이 결합된 장기 게임”이라며 “SK온은 전기차 부문에서는 존재감을 키우고, ESS에선 테슬라 외 메이저 기업과 CAPA·레퍼런스를 쌓아가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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