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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두산·STX, 위기설 대처법 '삼인삼색'

김동희 기자공개 2008-09-09 10:59:01

이 기사는 2008년 09월 09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대형 M&A 이후 똑같이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재벌그룹 3곳의 대처법이 제각각이다. 한 곳은 솔직한 자기고백으로 시장의 호의를 끌어냈고 다른 한 곳은 재빠르게 대처했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외면을 당했다.

시장의 환심을 사기위해 적극 나섰다가 되레 화를 부른 곳도 있다. 최근 위기설이 불거진 STX와 두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얘기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지난달 25일과 26일 크레딧 애널리스트와 채권 매니저를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무리한 차입금을 동반한 인수합병(M&A)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돼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가 왔다는 소문을 해명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애널리스트들은 사전에 현금흐름에 대한 세부자료을 요청했지만 만족할만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실망했고 해명의 자리는 불신을 키우는 자리로 바뀌었다. IR이 끝난 후 지금까지도 금호아시아나 그룹 채권은 회사채 시장에서 소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두산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반면교사로 삼아 신속하게 시장과 접촉을 도모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주식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엔 일방적인 해명만 있었을 뿐 금융시장에서 우려하는 핵심에 대해선 묵묵부답이었다.

알맹이 없는 신속한 대처는 오히려 무성의한 행위로 비쳐졌다. 비록 비공개는 아니었지만 초대장을 받지 못해 참석하지 못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의 불만은 더 컸다.

금호나 두산보다 위기설이 뒤늦게 불거진 STX의 분위기는 달랐다. STX는 지난 5일 10명 남짓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유동성위기설이 급속히 퍼지자 시장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소통의 장이었다.

금융시장에서 생각하는 STX의 문제점이 이날의 핵심 주제였고 그룹 자금팀 전원이 동원돼 시장의 소리를 들었다. 이같은 준비를 거쳐 STX는 9월말 크레딧 애널리스트와 채권 매니저를 상대로 공식적인 기업설명회(IR)를 열기로 했다.

아직 IR을 열기도 전이지만 STX 현금흐름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몇몇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은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실제로 얼마나 충실한 IR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에 적극적이라는 것 자체를 높이 산 것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손꼽히는 GE는 경영자가 가져야할 자세로 '헬리콥터 뷰'를 강조한다. 경영자는 너무 높은 위치에 있어도 그렇다고 너무 낮은 위치에 있어도 안된다는 말이다. 헬리콥터와 비슷한 적정한 위치에 있을 때 지형과 현장을 정확하게 짚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비단 경영자뿐이겠는가. 기업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헬리콥터 뷰'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소통의 부재로 단절될 수 있는 신뢰를 만들기 위해서다. 금융시장이 M&A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강조하는 건 바로 소통의 부재로 발생한 불신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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