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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이민주’는 없었다 금호생명사옥 에쿼티 투자 끝내 불참

길진홍 기자공개 2009-03-06 08:45:19

이 기사는 2009년 03월 06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생명 사옥을 매입키로 약정을 체결한 제이알자산관리가 에쿼티 투자자를 못 구해 애를 태우고 있다.

제이알이 금호생명 사옥을 인수키로 한 금액은 2547억원. 제이알은 이 가운데 은행 차입금을 포함, 2347억원의 자금 모집을 마쳤다. 남은 금액은 200억원(3월 6일 현재). 금호생명과 약속한 잔금 기일이 지났지만 좀처럼 펀딩에 마침표를 찍어줄 에쿼티 투자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제이알은 금호생명을 설득해 겨우 인수 대금을 마련할 보름간의 시간을 얻었다.

에쿼티 투자자를 구하기 위한 제이알의 노력은 눈물겹다. 어지간한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전주들은 모두 제이알이 돌린 투자 제안서를 하나씩 갖고 있을 정도다.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큰둥 하자 제이알은 에쿼티 수익률을 14%까지 높여 제시하고 있다. 또 임차중인 대우건설의 임대 보증금을 올려 모자라는 자기 자본금을 채우기 위한 방안도 강구중이다. 잔금 완납이라는 고지를 코앞에 두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제이알의 노력은 더욱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지켜보는 시장의 눈길은 한곳으로 쏠려 있다. 바로 1조원대의 자산가이자 제이알 지분 20%를 보유한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Atinum Partners) 회장이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 때 유선방송사를 헐값에 사들인 뒤 국내외 합작펀드에 1조4600억원을 받고 팔아치워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올 초 금호생명 사옥을 제이알이 사들이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이민주 회장의 자금 지원설이 나왔다. 자본금 전액을 투자할 것이란 얘기부터 펀딩 후 모자라는 돈을 모두 지원할 것이라는 둥 온간 소문이 난무했다. 소문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민주 회장의 존재는 곧 무난한 '딜클로징'을 의미하는 보증수표와 다름없었다.

실제로 제이알은 펀딩 초기 이민주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배후에 든든한 전주가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는지 자금 조달이 순조로웠다. 경찰공제회를 비롯한 사학연금,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보수적인 연기금이 에쿼티 투자자로 들어왔다. 또 삼양사, 롯데손해보험, 동부화재 등의 기관들도 금호생명 사옥 투자를 확정 지었다.

이민주 회장이 얼굴 마담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금호생명 사옥 투자 의향을 밝힌 투자자들 모두 최소한 딜클로징 리스크가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시장의 예측은 빗나갔다. 막판에 제이알이 투자금을 못구해 벼랑끝으로 몰렸지만 이민주 회장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빌딩업계 한 관계자는“이민주 회장이 제이알의 실질적인 소유자라는 사실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제이알이 잔금 기일까지 넘기긴 상황에서도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애초부터 금호생명사옥 투자는 고수익을 쫓는 이민주 회장의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그는“금호생명 사옥 수익률은 최대 14%에 불과하지만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 등에 투자하면 그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이민주 회장이 금호생명 인수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호생명 사옥은 바이백 조건이 걸려 있어 양도차익 실현도 제한적이다"고 덧붙였다. 애초부터 금호생명 사옥은 그의 먹이감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결국 금호생명 사옥 자본금은 이민주 회장을 제외한 시중의 기관 및 개인 투자로 채워질 예정이다. 금호생명 사옥 인수 자금 조달 과정에서 제이알이 시장에 남긴 인상은 앞으로 입지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적어도 '클로징 리스크 제로'라는 프리미엄은 사라졌다.

제이알은 향후 빌딩 인수 과정에서 인수자금 조달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납득할 만한 명분이 없는 한 든든한 전주 '이민주' 약발도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이민주 회장의 침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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