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유동성' 아닌 '시간' 확보① ㈜두산, '매각자'이자 '인수자'로 동시참여...'매각'+'대출' 구조
이 기사는 2009년 06월 03일 1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자회사 등 자산매각 방안을 확정했다. 두산DST, SRS코리아, 삼화왕관, KAI 등 매각이 예정됐던 기업들이 그대로 포함됐지만 특수목적회사(SPC)를 활용, 레버리지를 추가로 일으키고 재무적투자자(FI)까지 유치한 것이 특징이다.
거래형태는 겉보기에는 '매각'(Sale) 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담보로 한 '대출'(Loan)이 혼용된 구조다.
이런 아이디어를 활용해 두산이 확보한 것은 당장의 '유동성'보다는 원하는 대로 계열사 매각과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알려진대로 두산그룹의 유동성 우려는 밥캣(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ㆍDII 등) 인수금융에서 비롯됐다. 건설경기 악화로 밥캣 영업이익이 추락한 상황에서 29억달러 규모의 신디론/밥캣 EBITDA(결합재무제표 기준)의 5~7배 배수를 맞추려면 필요한 에비타 부족분 확보(Equity Cure)가 문제였다.
배수조정과 차입금 조기상환은 매년 벌어질 힘겨운 싸움을 원천적으로 해결해 줄 열쇠에 해당됐다.
두산은 에비타 부채비율을 2012년까지 7배로 유지하도록 채권단을 설득하는 데는 성공했다. 남은 것은 에비타 부족분 확보와 차입금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마련. 작년 8월 처음 발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된 방안은 계열사 매각이었다.
하지만 "연내 유상증자를 완료하겠다"고 시장에 약속한 두산은 올해까지 이들 계열사를 전부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즉 빚 갚을 능력도 있고 자금마련에 쓸 팔 물건도 있었지만 '연내 매각'이란 조건 때문에 발생한 시간부족이 골칫거리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두산그룹은 SPC를 활용한 모델을 마련했다. 쉽게 말해 매각자(Seller)가 직접 나서 SPC를 설립, 인수자(Buyer)를 모델링해주는 구조다.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두산이다.
우선 두산그룹은 ㈜두산을 매각자로 추가시켰다.
원칙적으로 밥캣 인수금융의 문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부담해야 할 '원죄'였다. 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DST, KAI가 매물리스트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작년 테크팩과 주류BG를 팔아치우면서 현금을 확보한 ㈜두산을 놀려둘 이유가 없었다. 특히 ㈜두산은 삼화왕관 사업부, SRS코리아 등 더 팔 수 있는 물건도 많았다. 결국 SPC를 설립하면서 ㈜두산이 이에 출자하도록 만들어 매각자 리스트를 늘렸다.
동시에 두산그룹은 SPC를 통해 '인수자'도 직접 만들어 냈다. ㈜두산은 여기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두산은 보유자금 1300억원을 풀어 인수자가 될 SPC인 DIP홀딩스를 설립하게 된다. 부족한 자금은 미래에셋PEF와 IMM PE가 총 2700억원(각각 7: 3 비율)을 출자해 설립한 SPC인 오딘홀딩스가 떠맡는다.
한마디로 말해 밥캣의 어려움을 맡아줄 해결사로 ㈜두산이 나서 매각자인 동시에 인수자로 활동한 구조다.
SPC라는 새로운 주체가 생기면서 추가적인 레버리지도 일으킬 수 있게 됐다.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는 인수할 4개 회사 지분 등을 담보로 은행권으로부터 2300억원 가량을 빌리게 된다.
결론적으로 ㈜두산 자금 1300억원 + PEF 자금 2700억원 + 차입금 2300억원을 합친 총 6300억원의 현금이 두산인프라코어→밥캣(DII)로 이전되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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