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유동성' 아닌 '시간' 확보② 계열사 매각시한 2012년까지 연장...매각실력 발휘가 관건
이 기사는 2009년 06월 03일 1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계열사 매각을 처리하는 두산의 '아이디어'는 산업은행의 사모투자펀드(PEF)식 구조조정 방안과 비교할 때 상당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는 경영권 유지다. 금융권에서 논의되는 PEF식 구조조정방안은 대기업이 보유했던 계열사의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단점이 있다.
물론 PEF가 기존 경영진보다 기업가치를 높일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국내PEF의 트랙레코드를 보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오히려 수십년간 해당업종을 지켜봐 온 기존 경영진이 최근의 불황을 이겨내고 기업가치를 더 높일 가능성이 높다.
두산그룹의 경우 인수자인 SPC 지분 51%을 확보, 겉으로는 회사를 매각하는 형태를 띠면서도 경영권은 그대로 보유하게 됐다. 방위산업체, 주류마개 회사, 소비재 등에서의 기업운영 노하우를 다시 활용할 수 있다.
둘째는 추가적인 차입금 확보다. PEF의 경우 차입규모가 출자금의 10%에 불과하지만 SPC는 200%의 차입이 가능하다. 밥캣을 인수하며 10여개 은행에서 수십억달러를 빌린 두산그룹이지만 SPC란 새로운 주체를 세움으로써 또 한번 은행권 차입이 가능해졌다. 그 돈은 합법적으로 밥캣에 이전이 가능하다.
셋째는 우호적인 재무적 투자자(FI)의 모집이다. 비록 드래그얼롱(Drag Along) 조항이 포함돼 있고 상호 우선매수권도 부여돼 있지만 인수자로 참여한 PEF들은 기업 경영은 물론 향후 매각도 두산에 거의 일임한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래에셋맵스PEF는 밥캣 인수금융에도 FI로 참여해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이력이 있다. 미래에셋맵스PEF 입장에서는 밥캣 유동성 논란을 해결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장점은 '시간'을 벌었다는 점이다.
즉 두산은 경영권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기업가치를 더 올릴 시간도 벌었다. 또 시장상황 개선을 봐가며 유력한 인수후보군을 찾을 수 있는 5년의 시간을 확보했다. 올해까지로 잡혀있던 매각 데드라인이 모두 2012년으로 이전됐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핵심적인 이유는 두산의 매각실력에 대한 시장의 검증이다.
PEF들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풋백옵션을 두산에 요구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시간만 있으면 두산이 충분히 좋은 가격에 계열사들을 팔 수 있을 것이란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SPC 출자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실제 두산은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두산테크팩, 두산주류BG 등을 단기간에 팔아치우며 매각작업 성사시킨 거의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거래구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이번 거래가 진정한 의미의 매각(True Sale)으로 보기 어렵고 리스 혹은 대출과 다를 바 없지 않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즉 4개 계열사의 지분을 담보로 잡고 PEF들이 투자금을 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란 것. '이자' (풋백옵션 수익률) 대신 앞으로 4개 회사를 다른 회사에 매각함으로써 거둘 자본이익(Capital Gain)이 대가로 지급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아울러 향후 추가차입은 없을 것이란 두산의 공언과 달리 주체가 SPC로 바뀌었을 뿐 또 한번의 차입이 발생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하지만 베스트 셀러(Best Seller)의 면모를 보유한 두산은 5년내 충분히 해당기업을 높은 가격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 작업만 완료되면 "진짜 매각이 아니다"는 시장의 부정적인 인식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아울러 SPC구조로 벌어들인 시간도 최종적으로는 추가적인 유동성으로 환골탈태한다.
남은 과제는 두산이 매각실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다. 동시에 금융 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어낸 두산이 모든 문제의 원천인 밥캣의 부진한 실적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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