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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예견된 실패 인수의지 약한 SK네트웍스 내세워...맥쿼리 고가인수 부담 재차 확인

박창현 기자공개 2009-10-22 15:13:43

이 기사는 2009년 10월 22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맥쿼리가 메가박스 유찰을 선택했다.

맥쿼리의 이같은 선택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SK의 인수 행보에 비쳐봤을 때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SK그룹은 SK네트웍스를 인수주체로 내세워 메가박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메가박스 인수의지가 크지 않아 인수과정에서 실무진과 적지 않은 불협화음을 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그룹은 그룹 전반의 마케팅 풀을 늘리는 차원에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필요했다. OK캐쉬백 마일리지 서비스를 활용해 SK텔레콤, SK에너지 등 주요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창출도 기대됐다. 하지만 인수주체가 문제였다. 거금을 들여야 하지만 경영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탓에 메가박스 인수에 나서겠다는 계열사가 없었다. 결국 떠넘기듯 SK네트웍스를 인수주체로 결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경우 인수 초기 단계부터 메가박스의 수익성과 장래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며 "보수적인 밸류에이션 관점을 가지고 인수를 검토하다 보니 실무진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의지는 곧 인수가격과 직결됐다. SK측은 예비실사 결과 메가박스의 매물가치를 2000억 원 미만으로 평가했다. 메가박스의 수익성이 해마다 악화되고 있고 경쟁사의 선점 때문에 신규 상영관을 늘리는 일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맥쿼리가 예비실사 과정에서 주요 직영점의 임대차계약서 등 주요 경영사항을 상당부분 공개하지 않은 점도 가격에 반영했다.

결국 SK네트웍스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20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맥쿼리펀드가 지난 2007년 메가박스를 인수할 당시 지불했던 2800억원을 크게 밑도는 가격이다.

맥쿼리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경우 맥쿼리펀드의 주요 투자자(LP)인 행정공제회와 군인공제회, 국민연금 등이 국정감사에서 곤욕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의 여지가 없는 맥쿼리의 상황을 고려할 때 SK의 보수적인 가격 제안은 곧 유찰 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SK가 맥쿼리의 신용을 잃었다는 점도 인수전 탈락의 빌미가 됐다. 맥쿼리 측이 입찰제안서를 한참 검토하고 있던 시기 SK측에서 우선협상자 선정 소식이 터져 나왔다. 메가박스 M&A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내 우선협상자 선정 발표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해 SK측에서 언론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M&A 관계자는 "인수합병 거래는 상호 신뢰가 생명인데 SK가 큰 실수를 했다"며 "향후 다른 딜에도 SK의 이런 평판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메가박스 M&A는 맥쿼리에게 고가인수에 따른 부담을 남겼으며, SK에게는 그룹 사이즈에 걸맞지 않은 서툰 M&A 실력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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