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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급락..産銀 '재매각' 결단 1년만에 3조원 날아가..행내외 압박 심해

박준식 기자공개 2009-11-18 11:06:24

이 기사는 2009년 11월 18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첫 번째 매각 시도가 실패한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겪고 있는 후유증이 심각하다.

우선 경영층의 내부 분열이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 매각이 가시화되며 지배구조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일부 임원진은 유력 후보군과 각각 접촉해 세력을 만들었다.

인수전에서 승리한 한화그룹이 우선협상자 지위를 포기하기 전까지 이같은 양상이 심각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 남상태 사장이 올 초 연임에 성공하자 일탈은 잦아들었지만 뒤이어 경영진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수사가 인지에 의한 것인지 관계자 고발에 의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관리직 고위층의 모럴 해저드는 문제가 되는 수준이었다. 수사 결과 계열사 전 사장을 포함한 4명의 임원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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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의 관리 부실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687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8.2% 떨어졌지만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익 중 파생상품 관련 이익과 잡이익이 각각 650억원, 400억원에 달한다. 정작 중요한 조선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32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0.1%, 전년보다는 73.5%나 급락했다.

신규 수주가 줄어 유동성이 마르는 것도 문제다. 현금성 자산은 6월 말 1조2142억원에서 석 달 만에 1819억원까지 줄었다. 반면 지난 3월 말 952억원이던 단기 차입금은 6월 말 5660억원, 9월 말 7426억원까지 늘었다.

설상가상 금융환경이 악화돼 이미 선박을 발주한 선사들의 파산위험도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이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독일 CP오펜으로부터 수주한 선박만 32척에 달한다. 수주된 선박의 인도 일정도 내년에 23척이나 몰려 있다.

선수금이 미리 들어온 것도 있지만 선사가 인도시기를 늦추면서 남은 지급금을 미루고 있다. 3분기 말을 기준으로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은 341억 달러. 상선이 155척, 해양 및 특수선이 26척/기 정도다.

철강 등 원재료 가격의 하향 안정세는 영업이익률 개선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캐시카우이던 상선 부문의 수주 가뭄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 조선 산업계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위안 삼을 만하다. 하지만 대우조선 계열사인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의 잠재 부실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금할인법(DCF)을 기준으로 지난해 포스코가 7조원까지 평가했던 대우조선 경영권 지분 50.1%의 가치는 최근 4조원까지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대우인터내셔널과 하이닉스 등 대형 매물이 산적해 있는 시장에 대우조선을 다시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은행 기업금융실은 올 초 대우조선 매각에 실패한 이후 망갈리아 조선소 등의 정밀실사에 나섰다. 부실의 실체를 밝히고 추가적으로 자본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가늠하기 위한 작업이다.

평가 결과는 은행 내부에서도 의사결정권을 가진 일부에만 보고됐지만 결코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루마니아 정부까지 나서 망갈리아 조선소에 대한 신규 투자를 원했지만 민영화를 준비 중인 산업은행이 현재까지 들인 매몰비용 외에 신규 투자를 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결정권은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이 쥐고 있다.

민 회장은 민영화 숙제를 안고 있는 산은이 대우조선을 당분간 안고 갈지 아니면 떼어낼지를 두고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예상 밖의 시기에 대우조선 매각 방침이 흘러나온 배경을 두고도 여러 추측이 제기된다. 대우인터내셔날에 몰린 원매자를 분산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정부의 매물 처리에 대한 압박 때문이라는 견해도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분명한 건 7조원을 호가하던 대우조선의 기업가치가 1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고 앞으로 1~2년간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이다.

민유성 회장을 포함한 산업은행 고위층은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대우조선을 채권단 관리 아래 계속 끌고 갈 경우 하이닉스와 같은 실패 사례를 되풀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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