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본입찰 가격 산정근거는 무엇?② 셀런에스엔 매각구조ㆍ우발채무 언급 안돼...프로그레시브 딜 가능성
이 기사는 2010년 07월 23일 08: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칙적으로 셀런에스엔 지분은 한컴의 자산이다. 즉 이를 팔아서 벌게 될 돈은 원래 주인인 한컴에 귀속, 그대로 유보돼야 할 현금이다. 이는 한컴 인수후보들이 입찰가격을 산정할 때 감안해야 할 핵심 요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후보가 한컴 입찰가를 써 낼 때 "본 입찰가격을 좀 더 쓰더라도 셀런에스엔 지분을 팔아 한컴에 남게 될 자금이 있으니 이를 나중에 활용하자"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대형 M&A에서 자회사ㆍ자산의 값어치는 명목상 써낼 입찰금이 아닌, 실제로 들이게 되는 '실질 입찰금액'을 좌우하는 키워드가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차피 한컴의 새 주인이 가져갈 '자산'인 셀런에스엔 지분을 굳이 지금 셀런이 팔 이유가 많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컴의 새 주인보다도 셀런에스엔을 더 비싸게 팔 자신이 있다거나, 이를 근거로 현재 한컴의 입찰가를 높일 의도가 없다면 말이다.
행여라도 셀런에스엔의 매각구조가 '구주매각'이 아닌, 유상증자 혹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활용한 구조로 진행될 경우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한컴이 보유한 셀런에스엔 지분이 희석(Diluation)되면서 값어치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셀런에스엔은 22일 10억원 규모의 BW공모 발행을 공시했다. 워런트의 행사비율(100%)과 행사가액(501원)을 감안하면 워런트를 보유한 이들은 셀런에스엔 지분 4.4%(신주196만784주)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가능성'에 불과한 얘기지만 수백억원을 들여 한컴을 사들이려는 인수후보들로서는 셀런에스엔 지분을 정확히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매각차익은 누구에게 귀속시킬 지 등이 확실해야 제대로 된 프라이싱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 이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게 논란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우려요인은 한컴이 셀런과 맺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우발부채의 존재가능성 여부다.
현재 매각대상인 한컴의 지분 29%는 특수목적회사(SPC)인 셀런에이치가 보유하고 있다. 이 셀런에이치는 디프로텍(지분100%보유) → 김영민 부회장(지분 99.62%)으로 이어진다.
셀런측은 작년 한컴 인수자금을 마련하고자 SPC명목으로 금융회사로부터 다량의 차입을 일으켰다. 또 당시 매각자였던 프라임그룹으로부터도 채무보증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이 자금을 메우기 위해 한컴이 셀런 계열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등 정확한 인수금융 구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결국 인수자들 입장에서는 만약을 대비, 행여 한컴이 재무제표상 드러나지 않은 셀런에 대한 채무보증이나 우발부채를 지고 있는지 등을 반드시 신경써야 한다. 단순히 구주매각 가격만 따져봤다가는 실컷 한컴을 사놓고도 추가적인 자금투입이 생길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보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받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실사 뿐 아니라 한컴 매각의 형식적인 절차에서도 후보들은 한컴 매각에서 벌어지는 몇몇 혼선에도 우려감을 표현하고 있다.
본입찰 예정일(21일) 하루 전 갑작스레 이메일을 통해 입찰일을 덜컥 연기한 것은 그나마 나은편에 속한다. 공개매각(Open Bidding) 형식임에도 불구 예비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후보들마저 본입찰에 참가할 기회를 주겠다는 점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동시에 본입찰을 앞두고도 이에 활용될 세부적인 데이타와 구조를 담은 제안서(Final Package)마저 제공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M&A딜에서 쓰이는 '우선협상자대상자 선정 이후에 적용될 '5%의 가격한도'도 명시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매각주관사의 M&A딜 경험이 적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물론 민간에서 추진되는 딜인만큼 매각자의 의사가 절대적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어차피 셀러가 '왕(王)'이니 그에 맞춰서 매각일정이나 방법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
업계는 이번 본입찰이 프로그레시브 딜(Ascending Bidding)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즉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이들을 다시 경쟁시키고 각각의 입찰가를 비교시키면서 가격을 올리는 방식인 셈이다. 후보들의 이런저런 불만에도 불구 매각자의 협상력을 높여 가격상승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데이타도 부족하고 협상력도 떨어진 후보들이 선택할 방법은 일단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후, 최대한 철저한 협상을 진행해 적정 인수가를 산정하는 것 정도로 귀결된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인수후보들이 각 사가 넘지 말아야 할 가격 마지 노선(Walkaway Price)을 넘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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