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7월 29일 08: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인수전이 연일 화제다. 인수의향서(LOI) 제출 후보만 9곳에 달하더니 이번에는 본 입찰에 700억원 이상을 쓴 후보가 4곳이나 된다고 한다. 인수전 초기만 해도 700억원은 현실성 없는 가격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는데, 예상보다 후한 가격을 매긴 후보들이 많아진 셈이다. 고사 직전에 몰린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에 대입해 봐도 이 같은 한컴 인수 열기는 분명 비정상적이다.
한컴이 이처럼 인기를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현금창출력’ 덕분이다. 지난해 한컴은 매출 486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31%에 달한다. 더욱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공공부문은 영업이 필요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꾸준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700억원이 과연 적정한 인수가인지는 의심스럽다. 지난해 셀런이 한컴을 인수한 가격은 520억원. 1년만에 차익으로 18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셀런이 한컴의 가치 상승을 주장하는 주된 근거는 ‘씽크프리’ 사업에 있다. 씽크프리는 한컴의 오피스SW를 휴대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모든 스마트폰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한컴이 삼성전자에 씽크프리를 납품하는 단가는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 목표는 1800만대로, 목표치를 달성한다 해도 추가 수익은 수십억원대에 그친다. 이마저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비용을 생각하면 실제 한컴이 쥐는 돈은 더욱 줄어든다.
이번 매각 대상은 셀런에이치가 보유한 한컴 지분 28%(646만2703주)다. 만약 한컴이 700억원 이상의 가격에 팔린다면 주당 1만800원이 넘는다. 28일 기준 한컴의 종가는 6120원. 경영권 프리미엄이 80% 이상 붙게되는 셈이다. 최근 상장폐지실질심사의 강화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크게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적정 수준인지 의심스럽다.
셀런은 한컴 매각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한컴 인수 부담으로 인해 셀런 계열사 대부분이 넘어간 마당에 본전 생각이 간절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매각 일정을 서두르고 있고 매각가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정보 공개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3~4곳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것도 경매호가 입찰을 통해 가격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인수 후보가 한컴의 기업가치를 냉정히 분석해 700억원도 아깝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인수후보 중에서도 자체 현금으로 한컴 인수가 가능한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인수자금의 상당부분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조달해야 하는 곳이 태반이다. 셀런이 한컴 인수 이후 왜 무너졌는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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