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접은 씨앤비텍, 유봉훈 대표의 고민 신규 자금유치, 주가부양 ‘숙제’…유통주식 수 증가는 부담
이 기사는 2010년 08월 09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둥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 중인 씨앤비텍의 유봉훈 대표가 ‘신규자금 유치’와 ‘주가 부양’이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씨앤비텍은 최근 국내 주요 기관들을 대상으로 릴레이 미팅을 가졌다.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며 애널리스트들과 투자계획 및 기업가치 제고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유 대표는 씨앤비텍의 중·장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유 대표의 행보는 다소 의외다. 기관미팅을 진행하고, 중장기 사업모델을 구상한다는 것은 기업매각에 대한 의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말 쌍둥이 형 유봉석 전 대표(현 이사)를 밀어낼 때 까지만 해도 유 대표는 경영권 확보의 주목적이 ‘단기간 내 기업매각’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관계자는 "유 대표가 씨앤비텍의 경영권을 획득한 이후 기업경영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 같다"면서 "자력으로 회사를 키워보겠다고 결정한 만큼 당분간 지분 및 경영권 매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기업 매각 포기' 결정으로 앞으로 최소 두 가지 중대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회사의 충분한 운영·시설자금을 마련하고 △기존 지지세력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주가 부양을 이뤄내는 것 핵심이다.
이번 애널리스트 릴레이 미팅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팅에 참석한 일부 기관은 씨앤비텍이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주요 주주로 참여해 대규모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신주발행이 어렵다면 양대 주주의 지분을 각각 3~5%씩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겠다는 곳도 나왔다.
주가 부양과 관련, 애널리스트들은 "우선 유통주식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체돼 있는 주식 거래에 숨통이 틔여야 기업가치에 걸맞는 주가를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상증자 및 액면분할이 그 방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유 대표는 고심 끝에 이를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율이 떨어지는 유상증자를 단행할 마음이 없고 △실질적으로 비용이 발생하는 무상증자도 부담되며 △액면분할도 주식이 너무 저렴해(?)보인다는 이유 때문이다.
유통주식이 늘어날 경우 우호지분이 줄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유봉석 이사와 유봉훈 대표의 우호지분은 각각 34.1%, 31.3% 수준이다.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지분은 유 이사가 높은 셈이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숨겨진 지지세력까지 합칠 경우 유 대표가 유 이사 보다 3% 포인트 가량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씨앤비텍의 한 주주는 “씨앤비텍과 같이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한시바삐 국내외 대기업으로 매각,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면서 “이게 어렵다면 국내 기관을 주주로 참여시켜 대규모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주가상승을 통해 기존 주주들이 적정한 주식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 대표가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기업매각, 대규모 자금유치, 주가부양 등에 대한 노력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그의 지지세력도 많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릴레이 미팅이 진행되는 동안 형 유봉석 이사는 미국 법인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이 기업매각을 준비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유 이사는 기관을 상대로 미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미국 현지에서 접하고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유 이사는 지난 주 귀국했으며 조만간 유 대표와 회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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