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11월 17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 실적이 좋고 재무구조가 우수한 중소기업이 매물로 등장할 때가 있다. 기업의 오너가 자신의 보유지분을 규모가 큰 국내·외 대기업이나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려는 경우다.
만약 이 기업이 높은 기술력까지 보유했다면 딜 성사는 그리 어렵지 않다. 동종 업계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먼저 오퍼(offer)가 오는 경우도 많다. 매각에 대한 조건 경쟁이 시작되면 딜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결국 M&A가 이뤄진다. 매각자와 인수자 모두에게 윈윈(win-win)인 딜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M&A 시장에 등장한 씨앤비텍은 ‘성장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평가 받았다. 실적이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고 현금창출력도 개선되는 추세였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세계적 수준의 CCTV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씨앤비텍은 2008년 중반 결정적인 기업매각의 기회를 맞았다. 글로벌 보안업체 하니웰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된 것. 대주주 지분과 경영권을 주당 2만 3000원 선에 매입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받았다. 당시 주가(8000원 선)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딜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M&A에 대한 양대주주(쌍둥이 형제)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동생 유봉훈 대표(당시 이사)는 회사를 팔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형 유봉석 이사(당시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경영에 대한 미련이 컸기 때문이다.
하니웰과의 M&A 실패는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됐다. 유봉훈 대표는 형을 경영진에서 밀어내기로 결심했다. 유 대표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제고를 위해 기업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이에 동조한 많은 주주들이 그의 손을 들어줬다. 유 대표는 결국 경영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씨앤비텍은 유봉훈 대표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정작 바뀐 것이 없었다. 그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업매각'은 오히려 더욱 더디게 진행됐다. 씨앤비텍에 관심을 보이던 몇몇 기업들은 가격협상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지난 달에는 미국계 PEF 한 곳이 인수의향을 철회했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장내에서 기습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M&A 의사를 밝혔던 회사다. 이로 인해 씨앤비텍의 '매각'은 당분간 어려워졌다.
유봉훈 대표는 최근 "단기간 내 경영권과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면서 “대표이사로서 경영활동에 매진해 앞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 당시의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진다. 자리가 바뀌면서 마음도 바뀐 케이스다. 형제의 의를 저버리면서 선택한 길이었지만 결국 결과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 대표는 최근 국내 기관들과 접촉하며 신규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회사 매각 여부는 전적으로 오너의 의사에 달렸다. 주주자본주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 중 하나다. 하지만 경영자는 회사와 구성원의 이익을 좇아야 한다는 막중한 의무와 책임 또한 지고 있다. 이를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씨앤비텍과 같이 성장 기로에 있는 중소기업이 적절한 시기에 자본력이 큰 새 주인을 찾아 매각되면 이점이 많다. 기존 주주는 높은 매각차익을 얻고, 회사는 대규모 시설 및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직원들은 대기업 수준의 급여와 복지혜택을 얻을 수 있다.
유봉훈 대표는 지금 자신이 그리는 씨앤비텍의 청사진이 이런 ‘매각의 장점’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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