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10월 1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 패밀리’로 편입된 지 1년이 넘었다. 편입 뒤 대우인터내셔널은 ‘DNA’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사업 추진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사업이 가장 돋보인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자원개발사업 관련 낭보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국내 대륙붕 탐사에 뛰어들었다.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광은 상업생산에 성공했다. 대우인터가 사활을 걸었다는 미얀마 가스전도 최근 가스 산출에 성공해 내후년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착수한다.
재계에선 포스코의 지원을 대우인터내셔널 변화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30년간 포스코에 몸담은 이동희 부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의 사령탑으로서 강한 리더십을 선보였다. 아울러 포스코 패밀리의 후광 덕분에 신사업 자금조달도 수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얀마 가스전사업이다.
미얀마 가스전은 매장량 4.5조 입방피트에 이른다. 증권업계에선 가스전에서 발행할 현금흐름을 93억달러로 추산한다. 하지만 사업 추진은 순탄치 않았다. 미얀마가 미국의 적성국으로 분류되면서 사업비 조달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자금집행을 약속한 영미계 금융회사들도 투자의사를 접으면서 사업이 표류할 여지가 커졌다. 하지만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중국은행이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도 이 즈음이다. 9억달러의 신디케이트론 계약을 체결하며 미얀마 사업의 종자돈을 마련했다. 중국 은행과 거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모기업인 포스코에 인수되면서 신용등급이 상승한 덕을 크게 봤다.
지난달에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쇼군본드를 발행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당초 1억달러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일본 은행의 요청으로 2억달러까지 늘렸다"며 "모기업인 포스코가 일본 은행과 무역금융 거래를 자주했던 것이 쇼군본드 발행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는 쇼군본드를 정기적으로 발행할 방침이다. 조달자금은 신사업 투자비로 쓴다는 계획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포스코 인수후 대우인터내셔널의 성과가 이처럼 두드러진다. 하지만 20년간 세계를 개척하며 자부심을 다진 ‘대우맨'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우선 포스코가 자사의 기업문화를 대우인터내셔널에 강압적으로 주입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금연캠페인'도 그 중 하나다. 포스코는 금연운동을 강하게 펼친 덕분에 흡연율 0%를 유지해왔다.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에도 포스코식 금연지침이 내려왔다. 20%를 웃도는 사내 흡연율을 대폭 줄이라는 것. 흡연율이 높은 부서의 책임자는 문책을 하겠다는 경고도 따라왔다.
문책을 거론하자 대우인터내셔널 내부 임직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해 초 포스코의 강도 높은 감사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감사를 통해 수백억 원대 선물환 손실을 적발했다. 손실의 책임을 물어 본부장급 3~4명을 해임했다. 내부에선 포스코가 '점령군'으로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영업부서의 부담감은 특히 크다. 거래회사와 대금결제에서 어음 거래비중을 줄이고 어음 회수기간을 단축하라는 상부의 방침이 내려온 것 때문이다. 영업전선에서 뛰는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은 거래업체와 신경전을 벌이는 사례가 잦아졌다고 호소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강점은 이란을 비롯한 제3세계로의 진출과 거래처를 배려한 폭넓은 어음결제였다"며 "어음결제를 줄이라는 포스코 경영진의 방침은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 인수되면서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20년간 '세계경영'을 모토로 시장을 개척한 대우맨의 노고도 담겨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화학적 결합을 위해선 무조건 밀어붙이는 건 곤란하다. 포스코가 점령군이 아닌 패밀리의 입장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을 감싸 안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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