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10월 18일 1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노출된 그린기술투자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경영권을 뺏길 수 있는 상황을 미리 감지하고도 예정대로 조합출자를 강행한 점이 대표적이다.
◇적대적 M&A 노출되고도 조합출자 감행…풀리지 않는 의문
다인앤컴퍼니 외 2인이 그린기술투자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9일부터다. 지난 6일에는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지분 5% 이상을 취득했다.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나오기 4일 전이다. 이 기간 거래량은 평소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7일에는 한국거래소가 그린기술투자를 주가 급등에 따른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당시 그린기술투자는 조합 결성 이외에는 별도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그린기술투자 경영진이 다인앤컴퍼니의 주식 매수를 파악 못했다는 항변에 대해 설득력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평소보다 폭증한데다 특정 증권사 계좌로 자사 주식이 대규모로 매입되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관련 담당자는 직무유기"라며 "일반 제조업체가 아니라 투자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주식 대량변동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인앤컴퍼니가 사들인 지분은 35.2%에 달한다. 스미스경영컨설팅이 보유한 지분 5.28%보다 6배 이상 많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기술투자는 130억원을 조합 출자에 쏟아 부었다. 6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56억원의 82.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적대적 M&A에 대비해 실탄을 쌓아놓아야 할 상황에 도리어 외부투자에 나선 것이다.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130억원을 출자했다는 그린부품전문투자조합 제9호는 아직 등록도 하지 않았다. 조합 출자 공시를 한 11일, 그린기술투자는 조합원 총회를 열고 중소기업청에 등록신청을 했다. 조합 약정액 140억원은 현재 수탁기관인 기업은행에 예치돼 있다. 조합 등록은 2주 뒤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린기술투자 순자산 245억원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된 것은 그린기술투자의 순자산 가치에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6월말 기준 이 회사의 순자산은 245억원에 달한다. 다인앤컴퍼니가 이번 지분매입에 투자한 24억원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순자산 중 현금이 156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3차례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85억5000만원을 끌어 모은 덕분이다. 일반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오는 동안 기존 대주주들은 단 한번도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금 156억원 중 130억원은 조합 출자라는 명목으로 외부에 옮겨진 상태다. 아직 조합 등록이 안 돼 있어 관할기관인 중소기업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도 제한돼 있다.
비유동자산도 71억원이나 된다. 유동자산에 비해 당장 현금화는 어렵지만 상장폐지와 관계없이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창업·투자·프로젝트투자로 이뤄진 매도가능증권이 65억원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중 창업 부문에는 온네트, 온네트엠엔에스, 시스온칩, 한국이노코의 보통주와 오성쏠라의 전환사채(CB), 투자 부문에는 한국화이바, 동아건설, 패션네트의 보통주와 태영테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있다. 모두 비상장사다. 프로젝트 투자에는 자동차위탁판매사업이 27억원 규모로 기재돼 있다.
강정원 그린기술투자 대표는 “조합 출자는 벤처캐피탈 본연의 업무로서 지난 8월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것”이라며 “이번 적대적 M&A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폐지가 이뤄질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출자에 대해 확대해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더 이상의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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