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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관점에서 본 사모채 조달 [thebell desk]

황철 자본시장부장공개 2017-08-03 09:16:00

이 기사는 2017년 07월 31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 회사채에 비해 절차가 간편한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나쁜 건가요? 수요가 있고 금리 면에서 불리하지 않다면 사모채를 찍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 봅니다"

최근 사모사채 발행과 관련해 기업 재무 담당자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한다는 직접금융시장의 존재 이유에 빗대면 틀린 말은 아니다. 연간 발행량 10조원 규모로 커진 사모사채를 더이상 비우량 발행사의 전유물이나 단순히 자금조달의 보조 수단으로 치부하기도 어려워졌다.

워낙 광범위한 기업군으로 퍼져 나가다보니 '공시 의무 회피'나 '공모채 시장 구축'과 같은 도덕성에 기초한 대의를 들어 사모채 불가론을 펴는 것도 궁색해졌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논의를 벗어나 재무정책과 기업신용의 큰틀에서 사모사채라는 차입 방식을 들여다볼 필요가 커졌다.

사모사채는 2013년 공모 회사채 시장에 수요예측이 도입된 후 급팽창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고 기업실사·수요예측과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피할 수 있어 공모채 발행이 어려운 비우량 기업은 물론 AA급 기업까지 사모채를 발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슈어 입장에서는 공모채 발행에 비해 편의성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사모채 특성상 금리가 다소 높기는 하지만 유무형 비용을 감안하면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을 주의깊게 들여다 보면 조달 편의성을 취한 대가로 치러야 할 게 많다. 먼저 취약한 수요기반이 갖는 유동성의 한계다. 지금처럼 회사채 수급이 안정적일 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시장이 불안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모채의 가장 큰 문제는 일반 투자자와의 소통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과 투자자의 대화를 본질로 하는 공모채 시장과의 가장 큰 차이다. 소수 투자자와 비공개로 맺은 사적 계약은 특정 당사자와 관계가 옅어지면 조달에 상당한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게 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차입 실패 확률은 더 높아진다. 채권 수급의 변동성이 커져 조달 안정성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변동성 확대는 크레딧 측면에서 가장 경계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기업 신용평가에서 차입금의 질을 보다 정교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가 변동성에 대한 대응 능력 측정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투자자와의 긴밀한 소통은 변동성 확대에 대한 보험과 같은 것이다. 다수의 투자자와 대화가 단절된 사모채를 크레딧 측면에서 디스카운트하는 것은 상식선에서 보더라도 받아들일 만하다.

실제로 사모사채 의존 기업 대부분은 크레딧 측면에서 약점을 갖는 경우가 많다. 형제의 난 등으로 시끄러웠던 롯데그룹이나 최근 사모 조달이 늘어난 조선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 신용평가는 차입금과 현금흐름의 함수 관계를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를 양적으로 접근하면 차입금 커버리지 지표가 되고, 질적으로 바라보면 조달방식을 결정하는 재무정책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커버리지 지표는 신용평가의 핵심 요소로 부각했지만 재무정책을 평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이뤄지지 않았다.

선진적 재무정책은 소통을 통해 시장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시장에서 시장 참가자와 쌓은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한 재무적 버퍼로 작용한다. 투자자와의 교감으로 만들어진 유무형의 저력은 시장 혼란기에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이를 신용평가에 적절히 반영하는 일은 정당성과 유의성을 가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기업의 재무정책 개선 노력을 유도하고 회사채 시장 정상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동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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