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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기업 이사회, '조원태' 빠지고 '이명희'만 남았다 [한진家 상속재산분할]오너일가 '합의' 큰 산 넘은 듯…이 전 이사장 경영일선 참여 해석도

고설봉 기자/ 임경섭 기자공개 2019-06-04 08:55:55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3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한동안 등기를 변경하지 않던 정석기업이 지난달 31일 등기 변경을 완료했다. 정석기업 대표이사였던 조 전 회장은 '사망'이 아닌 '퇴임'으로 등기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정석기업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조 전 회장 일가 중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만 유일하게 정석기업의 사내이사로 남았다.

이번 정석기업 등기임원 변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동안 한진그룹 오너일가 간 상속재산분할을 두고 잡음이 일었지만, 일부분 교통정리가 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이 전 이사장이 사내이사를 유지하고, 조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빠진 점에서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회장 사이에 재산분할 및 계열사 경영권 등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완료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 전 이사장의 한진그룹 직접경영 및 친정체제 구축이 일부 이뤄졌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전 이사장이 정석기업을 발판으로 경영 주요 현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셈이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내 부동산 자산을 대거 보유하고, 이를 활용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비상장사로 외부의 조명을 비교적 덜 받고 있어 그만큼 운신의 폭도 넓다는 장점이 있다.

3일 정석기업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석기업 이사회는 지난달 17일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변경 등기를 신청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등기가 완료됐다. 이로써 조 전 회장 사망 뒤 약 두달여 만에 한진그룹 전 계열사의 등기 변경이 마무리됐다.

정석기업은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퇴임, 사임, 취임 등의 등기를 복합적으로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정석기업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그대로 사내이사를 유지한다. 대표이사였던 조 전 회장은 '사망'이 아닌 '퇴임' 등기 됐다. 조 전 회장은 사망 이전인 올해 3월30일 임기만료로 퇴임 처리됐다. 같은 날 원종승 정석기업 대표이사도 함께 퇴임처리 됐지만 지난달 17일 다시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석기업 등기임원 변경

앞서 5월13일 현재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계열사들 중 유일하게 조 전 회장 사망으로 인한 등기 변경을 하지 않았었다.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조 전 회장 사망 뒤 신속하게 '대표이사(혹은 사내이사) 조양호 사망' 등기를 낸 것과 대조적이었다. 한진칼을 포함한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조 회장 사망 뒤 2주 이내인 4월19일까지 모두 '대표이사(혹은 사내이사) 조양호 사망' 등기를 완료했다.

정석기업만 나홀로 등기를 변경하지 않으면서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조 전 회장의 상속재산 분할을 두고 오너일가의 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이 전 이사장과 조 회장이 나란히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곳이었다. 이에 따라 조 회장과 이 전 이사장 간 이견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정석기업이 뒤늦게 등기 변경을 완료하며 일단 오너일가 간 갈등은 한 단계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석기업이 이사회를 열고, 등기를 신청한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석기업은 지난달 17일 등기를 신청했다. 최소 지난달 17일, 혹은 그 전날인 16일 이사회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혹은 17일은 조 회장이 한진그룹 '총수'로 공정위에 신고된 지난달 15일과 연결된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조 회장이 총수를 맡는 것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 전 이사장과 조 회장이 정석기업을 놓고, 일종의 '딜'을 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 조원태 회장으로 쏠린 한진그룹 경영권을 일부를 이 전 이사장이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및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정석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석기업이 다른 한진그룹 계열사와 차이를 보이는 점은 이사회 구성이다. 한진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이 전 이사장은 정석기업에만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전 이사장은 2006년 9월부터 현재까지 정석기업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 그가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계열사는 없다. 공익법인에서도 사내이사를 맡고 있지 않다.

이 전 이사장 외에 다른 오너일가도 모두 정석기업 이사회 멤버로 동시에 활동했었다. 지난해 '물컵 갑질' 사건으로 조 전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전 계열사에서 직위해제하기 전까지 오너일가가 모두 정석기업 이사회에 소속돼 있었다. 이들의 해임 뒤에는 조양호, 이명희, 조원태 3인은 사내이사로 계속 머물렀다.

정석기업에 대한 오너일가의 이사회 집중도가 높았던 이유는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부동산 관리 등을 도맡아 하는 계열사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오너일가의 부동산 개인 자산도 함께 관리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또 정석기업은 한진칼, ㈜한진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조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였다. 조 전 회장은 정석기업 지분 20.64%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진그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공정위의 총수 지정 과정에서도 이명희 이사장이 직접 전면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그 이후 일정부분 오너일가가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며 "이 이사장이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정석기업을 발판으로 그룹 경영 현안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과 관련해서도 조 전 회장이 지분 보유했던 회사의 이사회로서 기능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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