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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파타고니아'가 나오려면

김은 기자공개 2019-06-11 08:38:01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0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11년 뉴욕타임스 전면에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마세요)"이라는 역설적인 광고를 실었다. 제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환경파괴가 발생하니 불필요한 옷은 사지 말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럼에도 광고 이후 매출은 30%나 증가했고 브랜드 가치는 빠르게 치솟았다. 많은 소비자가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에 아낌없는 비용을 지불했다.

이 회사는 친환경적인 제품생산이 수익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교훈에 착안해 설립됐다. 이윤 추구는 물론 매년 매출액의 1%를 환경단체에지원하고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사업에서 구현하고 있다. 모든 과정이 친환경·윤리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이는 연 매출 7억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파타고니아의 성공은 그간 소셜벤처에 대한 우선순위를 낮게 여겨온 국내 벤처생태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사례다. 그간 업계는 재무적 수익 중심의 시장성을 우선하면서 소셜벤처에 대한 투자 및 육성을 꺼려해왔다. 실제로 일반벤처 투자에 비해 소셜벤처 투자는 1%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2010년 초 등장한 1세대 소셜벤처 위즈돔, 집밥, 열정대학 등은 지난해 연달아 사업을 접었다. 이윤추구와 사회적 가치를 양립하기가 쉽지 않았고, 기존에 없던 사업모델인 만큼 이를 성공해 숫자로 증명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사회적 경제에 힘을 실으면서 소셜벤처에 지원되는 공공·민간 자금 및 지원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적 지원은 늘어났지만 질적으로 좋은 기업을 발굴해내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부분의 투자금이 소셜벤처 창업과 인큐베이팅 단계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한 액셀러레이팅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생존율이 낮아지고 있기에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금조달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1세대 소셜벤처들도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두손컴퍼니는 제조업에서 물류업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했고, 창립멤버들의 퇴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마리몬드는 두손컴퍼니와 협업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소셜벤처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한 시작점은 이제부터다. '착한기업은 수익을 낼 수 없다'라는 오랫동안 지녀온 편견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관련 업계가 적극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머지않은 시일 내 한국에서도 '제2의 파타고니아'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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