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7월 17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탁형 벤처펀드 붐이 번지고 있다. 기존에는 금융그룹 계열 벤처캐피탈이 주도적으로 신탁형 벤처펀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독립계 벤처캐피탈들도 뛰어들고 있다. 투자 방식도 특정 투자처에 자금을 집행하는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사전에 투자처가 정해지지 않은 블라인드가 늘어나는 추세다.

신탁형 벤처펀드는 증권사가 개인 자산가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유한책임출자자(LP)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앞서 2000년대 초반에도 신탁형 벤처펀드들이 일부 있었지만 IT 붐이 사그라들면서 한동안 펀드 결성이 뜸했다. 다시 벤처캐피탈 업계에 신탁형 벤처펀드 붐이 일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물꼬를 튼 건 한국투자파트너스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 벤처캐피탈로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시너지가 창출이 가능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14년 3월 '한국투자 Future growth 투자조합(225억원)', '한국투자 Future Value 투자조합(65억원)'을 선보였다.

이듬해에도 5개 신탁펀드를 잇따라 결성했다. 펀드명은 'Future' 대신 'Venture'로 바꾸고 각 펀드별로 숫자를 부여했다. 5개 신탁형 벤처펀드의 약정총액은 943억원에 달했다. 2017년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다시 2093억원 규모로 11개 신탁형 벤처펀드를 추가했다. 알파벳 A부터 K까지 코드네임을 부여해 펀드를 구분했다. 현재 해당 펀드들은 투자금 소진이 한창이다.

뒤를 이은 곳은 미래에셋벤처투자다. 마찬가지로 미래에셋금융그룹내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앵커 LP다. 2016년 '미래에셋 신성장 좋은기업 16-1호(140억원)'를 시작으로 해마다 신탁형 벤처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에도 220억원 규모로 '미래에셋 신성장 좋은기업 투자조합 19-1호'를 결성했다.

SBI인베스트먼트도 신탁형 벤처펀드를 꾸준히 만드는 벤처캐피탈로 꼽힌다. 2016년 'SBI-KIS 2016-1호 투자조합(120억원)'을 만든 뒤 올해까지 4개째 신탁형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4개 펀드 모두 손을 맞잡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그동안 금융그룹 계열 위주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일반 벤처캐피탈들도 신탁형 벤처펀드에 뛰어들고 있다. 대상그룹 계열 벤처캐피탈인 UTC인베스트먼트는 올해 5개 신탁형 벤처펀드를 만들었다. 5개 펀드의 약정총액은 630억원에 달한다. 각 펀드별로 참여한 증권사가 다르다. 펀드는 주로 바이오벤처 투자에 집중한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59억원 규모로 'HB-KIS 2018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과거 SBI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신탁펀드를 운용했던 안신영 대표가 직접 대표펀드매니저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컴퍼니케이파트너스도 120억원 규모 'CKP-KIS 2019 투자조합' 결성을 완료했다. 펀드명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벤처캐피탈 모두 신탁 파트너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신생 벤처캐피탈도 적극 신탁형 벤처펀드를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로 재출범한 데일리파트너스는 최근 하나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자금을 받아 세컨더리 전용펀드를 결성했다. 완전히 신탁형 벤처펀드로 보긴 어렵지만 에이벤처스가 지난해말 만든 3개 펀드도 대부분 증권사 신탁자금이 토대가 됐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운용자산 확대를 통한 관리보수 증대, 유한책임출자자 다변화 등 관점에서 벤처캐피탈이 뛰어들 요인은 충분하다"며 "그간 금융그룹 계열이 주도해왔고 최근 독립계 벤처캐피탈들도 신탁형 벤처펀드 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블라인드 형태로 투자하는 신탁형 벤처펀드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