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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무라카미의 코사이도 접수 실패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10-14 10:2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4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5월 일본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활동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 무라카미펀드가 출판인쇄업체 코사이도를 인수하는 데 실패하는 파란이 일어났다. 코사이도는 70년이라는 회사의 역사에 비하면 별로 알려지지 않은 회사인데 사업의 내용이 좋고 특히 화장장사업을 하는 계열회사가 수익성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무라카미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코사이도 경영진은 베인(Bain Capital)을 파트너로 방어적 MBO를 시도했다. 그러나 주당 700엔의 주식매입 제안에 500만 주 이상이 응모했음에도 불구하고 MBO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자 13.5% 지분 보유자인 무라카미가 주당 750엔에 주식매입을 시도했다. 그런데 의외로 여기에는 42만7000주만이 응모해서 무라카미의 목표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고 결국 무리카미는 코사이도 접수에 실패한 것이다.

베인 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호응이 저조했던 현상을 두고 무라카미 측은 일본기업들의 오래된 지배구조 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불평했다. 무라카미는 코사이도와 주식 상호보유로 엮여있는 일본의 몇몇 상장회사들이 코사이도를 지원했다고 본다.

무라카미펀드는 요시아키 무라카미가 창업한 펀드다. 무라카미는 동경대 졸업 후 정부에 들어가 16년간 일했다. 일본경제에서 일본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이 차지하는 의미에 큰 비중을 두고 행동주의 펀드를 시작했다. 행동방식은 전형적이다. 특히 주주총회 등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쓴다. 후지TV의 모회사 니혼방송 사례가 유명하다. 정작 본인은 니혼방송 주식 내부자거래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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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헤지펀드 행동주의는 역사가 꽤 되었다. 2007년까지 이미 17개의 헤지펀드가 117개의 일본 기업들에 행동주의를 펼쳤다는 자료가 있다. 특히 2007년에 스틸파트너스의 불독소스 공격으로 일본에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다. 여기서 벌어진 소송이 최고재판소까지 올라갔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에서 ‘일본에서의 헤지펀드 행동주의'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된 것이 2012년이었다. 일본에서는 특히 2017년부터 주주행동주의 사례가 부쩍 증가해왔다. 특히 과거 스틸파트너스의 스타일이 판사들이 ‘남용적 매수자'라는 낙인을 찍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무례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의 행동주의는 세련되고 소프트한 접근방법을 사용한다. 경영자들에게는 더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코사이도 사례에서도 보듯이 일본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대응해서 외부의 지원군을 찾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2017년 말에는 역시 무라카미 펀드가 전기부품 회사 구로다전기를 공격했었는데 MBK파트너스가 개입해서 방어했다.

당시 무라카미는 구로다 주식을 무려 40%나 취득해서 자사주 취득, 다른 회사와의 합병, 이사회 개편 등을 요구했다. 지원군으로 등장한 MBK는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구로다를 인수한 후 상장폐지했다. 이때 무라카미도 주식을 처분해서 300~400억 엔의 수익을 거두었다.

일본에서의 헤지펀드 행동주의는 미국에서만큼 효과적이지는 못하다고 한다. 일본의 법률과 제도는 미국의 법률과 제도 못지않게 주주친화적이지만 실제의 운용은 아직 미국을 따라가지 못한다. 일본기업들의 소유구조에서는 다른 회사와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 이들 주주들은 행동주의 주주들이 바라는 것 만큼 단기적인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일본기업들의 전통적인 지배구조 특성이 코사이도 사례처럼 향후에도 계속 그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는 2014년에 제정된 스튜어드십 코드를 올해 더 주주친화적인 내용으로 개정했다. 이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회사에 대한 요구가 합리적인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그를 외면하기 매우 어렵다. 기관들이 주주로서의 이익이 도모됨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진과의 관계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를 지지하지 않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019년 상반기 일본에서의 행동주의와 주주제안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노무라, 닛산, 소니를 포함한 8개 회사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6월에 서드포인트는 소니에 15억 달러를 투자했음을 밝히면서 반도체사업을 처분하고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밖에서 발생한 행동주의 비중도 일본이 21%로 영국의 18%보다 더 크다.

요시아키 무라카미(60)는 딸 아야 무라카미(31)를 무라카미 펀드의 공격적인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무라카미 부녀의 사례를 들면서 서구에서는 잠시 주춤하고 있는 주주행동주의가 닌자 스타일로 일본에서 활성화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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