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화우를 움직이는 사람들]합병 그후…본격 성장 이끈 주역들②통합 소용돌이속 대형 로펌 토대 닦아

김혜란 기자공개 2019-10-24 08:53:42

[편집자주]

법무법인 화우는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조직으로 꼽힌다. 2003년 화백과 우방 두 로펌이 합병하면서 공식 출범한 화우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국내 6대 로펌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화우가 외형 성장과 내실 강화를 모두 이룰 수 있었던 건 합병 이후 성장기를 지혜롭게 이끌었던 선배들의 공이 컸다. 여기에 전문성과 실력을 쌓은 실무 변호사들의 노력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3일 0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법조계에서 송무와 기업 자문 분야 각각 최고 반열에 있었던 화백과 우방의 결합은 단연 화제였다. 두 로펌의 통합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이상적인 M&A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뿌리가 다르고, 오랜 기간 다른 문화 속에서 성장해온 두 로펌이 하루아침에 하나가 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화우는 국내 6대 로펌 가운데 가장 출발이 늦었기 때문에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화백과 우방의 변호사들은 자문과 송무 두 영역 모두 아우르는 종합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의 로펌으로 거듭나자는 지향점을 함께 바라봤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린다는 것은 두 로펌 변호사들이 때로는 양보하고, 서로 협력하며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원동력이 됐다. 합병 이후 세대는 화우의 안정기를 이끈 1기와 새 체제를 구축해 성장기를 다시 쓴 2기로 나눌 수 있다.

◇화우 1기, 통합 후 안정기 이끈 주축

송무에 능통한 화백과 자문 영역에 강한 우방이 2003년 합병한 뒤 3~5년까지는 화학적 결합을 이뤄나가는 시기였다. 당시 김·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이 이미 장악한 시장을 화우라는 새 간판으로 개척해나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화우의 1기 지도부는 서로 다른 조직 문화를 합쳐 하나가 되는 과정을 지혜롭게 이끌면서, 동시에 화우의 이름을 시장에 알려야 할 중책을 안고 있었다.

ㅇ
(왼쪽부터 순서대로) 유인의, 강보현, 임승순, 박영립, 최승순 변호사 (사진=화우 홈페이지)

통합 첫해 화우는 네 명의 공동대표(노경래, 양삼승, 윤호일, 유인의 변호사)와 함께 경영을 맡을 행정담당변호사(AP, Administrative Partner)를 선출해 8명의 지도부 체제를 구축했다. AP변호사들은 역할분담을 했다. 화백 출신 강보현(사법연수원 7기), 박영립(13기) 변호사가 각각 인사와 총무 분야를 담당했다. 우방 출신 최승순(16기) 변호사는 재무를, 기육능 미국 변호사는 해외 관련 업무를 맡았다.

공동대표와 AP까지 8인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경영 전반을 책임졌다. 화우 출범 당시 지분을 나눈 파트너 변호사는 35명이었다. 예·결산, 파트너 승진에 대한 가결, 인재 영입 등 법인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파트너 회의에서 결정됐다. 이들은 합병 초기부터 권력을 한 사람에게 물아주지 않고 민주적 운영 시스템의 기틀을 닦기 위해 노력했다. 대외적으로 화우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내부적으로는 화백과 우방의 융합을 이루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통합 조직은 점차 안정기를 찾아갔다. 2006년 화우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또 한 번의 합병을 감행한다. 국내 로펌업계에서 두 번째로 역사가 긴 김·신·유와의 합병 결정도 파트너 회의에서 이뤄졌다.

김·신·유와의 합병으로 몸집이 커진 화우는 체제 개편을 단행했다. 2007년부터는 경영전담변호사(MP, Managing Partner) 1명이 집중력 있게 경영 업무를 책임지기로 했다. MP제도 도입 첫해 파트너회의에서 임승순(9기) 변호사가 임기 3년의 MP로 선출됐다. 임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조세조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2000년 화우에 합류한 인물이다. 이후엔 최승순(16기) 변호사가 MP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들 1기 지도부는 유달리 화합을 강조했다. 화백과 우방, 김·신·유 중 어느 출신 따질 것 없이 변호사 간 돈독한 관계가 업무 질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화우 안팎에서 1기 지도부는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해 합병 이후 화학적 결합 과정을 순탄하게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우 2기, 성장 토대 닦은 주역들


화우는 10년 차를 맞은 2012년 또다시 체제 변화를 고민하게 된다. 10년 사이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 네임밸류는 갖췄지만, 성장을 위해선 변화가 필요했다. 변호사 개인의 실력과 실적에 의존해선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고, 법인 차원에서 사건 수임 등을 관리·지원하는 법인 중심의 로펌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2기 지도부의 생각이었다. 임기 3년의 업무집행대표 1명과 경영전담변호사 2명으로 구성된 3인의 MP 체제가 출범한 게 이때부터다. 이들 세 명의 지도부는 사건을 수임하고, 내부에서 분배하고 조율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MP는 3년마다 한 번씩 파트너 변호사들이 투표로 선출한다. MP 후보 3명이 하나의 조를 이뤄 선거에 나서고, 투표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에게는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낸다. 로펌에 입사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내놓아야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기회를 얻고, 파트너 위치에 오른 뒤에도 사건·딜을 가져가기 위한 내부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이 로펌의 세계다. 급여와 조직 체계를 짤 권한을 갖고 사건·딜 분배, 조율 업무까지 총괄하는 경영진을 자기 손으로 뽑는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남다르다.

2015년부터 3년간은 임승순 변호사가 업무집행대표로, 정진수(22기), 최승순 변호사가 경영전담변호사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정진수 변호사가 업무집행대표로, 이준상(23기), 이명수(29기) 변호사가 경영전담변호사로 선출됐다. 이 가운데 정진수 대표는 3인 MP체제 도입 첫해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MP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만큼 화우 내부에서 변호사들의 높은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진수, 이준상, 이명수 변호사

정 대표는 1993년부터 14년 간 판사를 지낸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끝으로 2007년 법복을 벗고 화우에 합류했다. 특히 정 대표는 정무적 감각이 탁월한 인물로 내부에서 평가받고 있다. 화우의 한 변호사는 "정 대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정 대표 취임 이후 후배 변호사들이 언제든 직접 전화해 도움을 구하고 상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정 대표가 실제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상 변호사는 여러 국제중재기관에서 대리인으로 활동한 경험이 풍부한 국제 중재 분야 스타 변호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1994년 판사로 임관한 뒤 19년 간 각급 법원에서 판사로 일하다 지난 2013년 화우에 합류했다. 이명수 변호사는 사법시험 합격 후 금융감독원에 입사해 10년간 법무팀장, 기업공시팀장 등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화우에는 2010년 입사했다.

화우는 기업 자문과 금융, 노동, 송무 등 11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고, 그룹마다 그룹장이 있다. 큰 사건이나 딜을 수임하게 되면 그룹장과 MP 세 명이 머리를 맞댄다. 최적의 팀을 꾸려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빠른 의사결정을 내린다.

◇출범 17년차 화우, 앞으로의 10년을 고민하다

사실 화우는 다른 경쟁로펌처럼 'IMF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오늘날 대형로펌 대부분은 외환위기 당시 봇물 터진 구조조정과 M&A 거래 자문역을 수행하며 기업, 금융기관 등과 네트워크를 쌓았고 이를 통해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화우의 전신인 우방은 한보철강, 대우자동차, 인천정유 M&A 등 굵직한 거래에 관여하긴 했지만, 신생 합병법인 화우는 M&A 관련 트랙레코드(자문실적)가 없었다.

화우 1기는 'M&A 특수' 없이도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전문화에 집중하며 자리를 잡아갔다. 점차 자문과 송무, 공정거래, 지적재산권 분야 골고루 잘하는 종합 로펌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출범 이후 10년간은 매년 매출 성장세가 20% 안팎에 이를 만큼 황금기였다고 화우 대표변호사들은 회고한다.

화우는 올해로 창립 17년 차를 맞고 있다. 그 사이 국내 6대 로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권력 집중 없이 MP를 구심점으로 단단히 뭉쳐 있는 조직, 폭넓은 개방성을 갖춰 외부 인재가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조직 문화를 특징으로 한 화우만의 한국식 로펌을 만들었다.

화우 2기 지도부는 화우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화두를 던져왔다. 지금은 소속 변호사들을 '특정 산업 전문가'로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기업 입장에서 더 깊은 고민을 하고 최고의 컨설팅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화우가 최근 헬스케어와 방위산업팀, IT(정보기술), 에너지자원팀을 새롭게 꾸리거나 확대 개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우의 한 변호사는 "경영진이 새로운 경영 계획을 고민해 내놓으면, 파트너변호사들이 일단 동의해주고 믿어주는 풍토가 있는 것이 화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파벌이나 기득권 조직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