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0월 23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두고 전환사채(CB)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CB 남발' 부작용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걱정이다. 배경에는 정부 주도의 코스닥벤처펀드 활성화가 꼽힌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코스닥벤처펀드는 운용 자산의 50% 이상을 코스닥기업에 투자하면 신규 상장기업 공모 물량의 30%를 우선배정해주는 적극적인 배양책을 썼다.코스닥벤처펀드의 투자대상은 상장주식뿐 아니라 CB까지 열려 있었다. 때문에 CB 후폭풍 우려는 코스닥벤처펀드의 출범 시기인 2018년에도 종종 화두가 됐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된 2018년 4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단 한해 동안 CB 발행량이 4조원에 달하면서다. 보호예수 기간인 1년 뒤 주식전환 물량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날 것이란 예측이었다.
더 큰 문제는 투자 유치 기업의 '급'이었다. 코스닥벤처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상황에 코스닥 메자닌 의무 포함 조항이 더해지자 CB 수요가 폭증했다. 쿠폰이 0%인 CB가 코스닥벤처펀드 투자 CB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였다. 이자가 없다시피한 대출을 마다할 기업은 없었다. 자연히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은 신규 코스닥 업체들도 우후죽순 CB 발행에 나섰다. 리픽싱(refixing·전환가격 재조정) 조건도 무분별한 투자와 CB 발행을 부추겼다.
라임자산운용도 코스닥벤처펀드가 촉발한 메자닌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다. 2016년 내놓은 1호 펀드부터 메자닌을 시그니처 전략으로 썼던 라임자산운용은 CB·BW 대량발행의 수혜자였다. 코스닥 시장이 부진을 거듭하자 꽃놀이패는 부메랑으로 돌변했다. 라임자산운용에 메자닌을 발행한 코스닥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20~80%까지 급락했다. 종합운용사를 꿈꾸던 라임자산운용은 몇달만에 1조5000억원의 자금을 길게는 5년간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운용사로 전락했다.
투자의 기본은 미래를 바라보는 눈이다. 코스닥 시장의 침체를 예견하지 못한 채 코스닥벤처펀드에 모험자본을 집결한 정부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코스닥벤처펀드로 촉발된 CB 투자가 지금의 후폭풍을 불렀기 때문이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오히려 주가를 희석하고 코스닥시장을 교란했다는 오명도 억울하지 않다.
유니콘 산업이 아쉬운 정부가 신규 사업 육성에 팔을 걷는 일은 나무랄 게 없지만 지금도 곳곳에서 기획 중인 관제펀드를 출시하기 전 성찰은 필수다. 내실이 외형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 헤지펀드 시장에서 무분별한 이벤트펀드는 제2, 제3의 라임사태 기폭제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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