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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삼성전자 50년]지배력 30년간 0.7%p 상승…취약한 거버넌스⑫1988년 총수일가 지분 20.5%…30년간 순환출자에 계열사 동원해도 21.23% 확보

김장환 기자공개 2019-11-07 08:25:53

[편집자주]

삼성전자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1968년 전자산업 진출로 탄생한지 이제 '50돌'을 맞이했다. 일본산 전자 부품을 단순 조립해 국내에 팔던 일개 회사에서 독자기술로 세계 시장을 누비는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했다. 엄청난 진보를 이룬 만큼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다양한 데이터 변화들을 갖고 있다. 각종 지표들을 토대로 삼성전자의 지난 50년간 변화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6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50년의 세월을 지나오며 지배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그리고 이 회장이 다시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룹 대물림을 오랜 기간 이어오면서 다양한 변화가 이뤄졌다. 아울러 삼성이 50년간 그려온 복잡한 지배구조는 한국 경제와 한국 재벌사가 흘러온 지난 세월과 궤적을 같이 한다.

과거와 현재의 공통점은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총수일가는 선대 회장으로부터 2대, 3대로 지분 상속과 증여가 이뤄지는 과정에 과도한 세금 등 문제에 부딪혀 지배력 강화를 이루지 못했다. 후계구도 완성을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하는 게 불가피했다.

과거 한 때 정부의 방관 속에 그렸던 순환출자 구조가 그 대표적인 장치였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지배구조에서는 순환출자 고리를 찾아볼 수 없다. 정부의 방침이 뒤바뀌면서 이뤄진 변화다. 과거에는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보강해줬던 일부 계열사는 삼성전자 주주 명부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30년전 총수 지배력 보강 핵심 '삼성물산·제일제당'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삼성에 대한 지배력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의 핵심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데이터는 1988년이다. 이병철 회장이 작고한 직후이자 삼성전자가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는 삼성반도체통신 흡수합병 시점이다.

당시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는 40개가 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거느린 계열사도 5개 안팎에 불과했다.

1988년 말 기준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과 가족들의 지분은 8.1%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취약한 수준이었다. 이를 보강해주는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제당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제당이 각각 6.2%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해 전체 지분율 20%선을 유지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물산을 지배했고 제일제당에 대해서도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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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삼성전자는 주요 계열사들을 수직적으로 지배했다. 1988년 11월 1일 삼성전자는 지분 20.3%를 보유 중이던 삼성반도체통신(전신 한국반도체)을 흡수합병한다. 이를 통해 삼성전기 지배력이 크게 확대됐다. 삼성반도체가 보유 중이던 삼성전기 지분 9.7%를 흡수한 덕분에 기존 보유 지분 19%를 합쳐 삼성전기 직접 보유 지분이 28.7%까지 늘었다.

1988년 당시 전자 계열사 중에서 삼성전자가 직접 지분을 갖고 있던 곳은 삼성전기 외 삼성전관(삼성SDI)뿐이다. 지금은 삼성그룹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삼성종합건설(8.2%)과 삼성항공(33%)도 자회사로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삼성 총수일가가 또 다른 다른 계열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했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을 보강해둔 현재와 같은 연결고리는 당시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별도로 삼성생명(당시 동방생명) 지분 10%를 갖고 있었을 뿐이다.

◇제일제당의 분리·삼성생명의 등장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10년여가 지난 뒤 크게 바뀐다.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지원해줬던 제일제당이 계열분리를 통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제일제당과 연결고리가 단절된 건 지난 1997년이다. 1987년 이병철 회장 사후 이맹희 회장 쪽으로 지배력이 넘어간 제일제당은 그로부터 10여년 후인 1996년 사명을 영문 대문자 'CHEILJEDANG'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계열분리에 돌입했다. 이듬해인 1997년 제일제당은 삼성으로부터 분리됐고 계열분리 요건에 맞춰 제일제당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을 이 시기 모두 해소했다.

제일제당을 대신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한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진 시기를 확인해볼 수 있는 가장 오래 전 자료는 1998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다. 이 시점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1024만5916주, 8.21%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당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동일인(이 회장)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이 단순 투자 주식으로 분류돼 있었다. 이후 삼성생명이 동일인 특수관계자로 뒤바뀐 건 2004년이다. 삼성생명 특별계정 투자 지분도 동일인의 지배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평가받았다.

◇풀리지 않는 숙제 삼성전자 지배력

삼성 지배구조의 가장 중요한 숙제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워낙 커진 상황에서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 지배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삼성은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순환출자 구조가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87년부터 재벌 기업들의 지분현황조사를 모니터링해왔다. 공정위가 관련 자료를 최초로 공개한 건 2002년이다. 공정위 보고서 등으로 삼성전자의 순환출자 고리를 객관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가장 오래 전 자료는 1998년 사업보고서다. 이 시기 삼성전자는 크게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보강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로 이어지는 3개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 들어 정부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압박에 따라 이를 해소했다. 삼성전자의 순환출자 고리가 완전히 끊긴 건 지난해 9월이다. 이 시기 삼성화재와 삼성SDI 등은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모두 팔았다. 총수일가의 부진한 지배구조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뒀던 순환출자 고리도 이에 따라 완전히 사라졌다.

순환출자 고리까지 끊기면서 삼성전자를 향한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약해졌다. 현재 이 회장(4.18%), 이 부회장(0.7%), 홍라희 여사(0.91%) 등 총수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5.8%에 그친다. 이들의 부진한 지배력을 보강해주고 있는 주요 계열사가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 삼성물산(5.01%) 등이다. 이들 법인이 들고 있는 지분까지 모두 합하면 총수일가 및 특수관계자들의 삼성전자 지배 지분율은 21.23% 가량이다.

30여년간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20.5%에서 21.23%로 0.73%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 당국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보험업법 개정안도 국회에 올라 있다. 보험사가 계열사 지분을 자산 대비 3% 이상 갖고 있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법안 통과시 계열사 지분을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반영해 계산해야 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3% 미만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늘리면 좋겠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엄청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지분을 30%까지 늘리려면 90조원(주당 5만원 기준)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단순 매입 방식의 지분 확보는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다. 더욱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개인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4.2%에 해당하는 시가는 13조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삼성의 전자 계열사 전반을 거느리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딸려 있는 주요 계열사는 삼성SDS, 삼성전기, 제일기획, 삼성바이올로직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등이다. 30여년 전 5개 가량 자회사를 거느리는데 불과했던 삼성전자는 현재 해외법인을 포함 종속회사만 100여개가 넘는다. 삼성전자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다면 이 부회장도 삼성의 확실한 주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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