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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회계법인, PEF 자문확대 나서는 배경은 전체 비중 작지만 증가세…감사인등록제·수익다각화 등 이유

최익환 기자공개 2020-02-11 11:13:05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0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위 ‘빅4’로 분류되는 대형회계법인과 ‘로컬’로 불리는 중소·중견회계법인들이 재무자문을 놓고 경쟁을 펼칠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일부 중소·중견법인들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기 시작하며 자문업무를 속속 확대하는 모습이다. 중소·중견법인들이 자문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감사인등록제가 가져올 결과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평가다.

10일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완료된 PEF 운용사 참여 거래는 총 106건으로, 2018년의 73건·2017년의 86건에 비해 증가했다. PEF가 인수자로 나선 거래는 총 76건으로 전체 PEF M&A 거래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M&A 시장(인수·매각 기준)에서 PEF M&A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했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확대되자 대형회계법인의 전유물로 평가되어온 PEF에 대한 회계자문 시장에 중소·중견회계법인들도 속속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이다. 법인에 따라 양태가 다르긴 하지만 재무자문본부를 독립시키고 기존의 PEF 고객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등 다양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4대 대형회계법인에 이어 더벨 M&A 리그테이블 회계자문 분야 5위를 차지한 선일회계법인은 영남권에서 진행된 구조조정 거래에 PEF 운용사 다수를 유치하며 네트워크를 쌓아나가고 있다. 지난해 선일회계법인은 총 6건의 보고된 완료거래 중 5건에 PEF 운용사를 참여시켰다.

향후 선일회계법인은 활성화가 예상되는 조선업과 조선기자재업체 등에 대한 M&A 자문을 중심으로 PEF 대상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다수의 지역 중견기업과 쌓아온 네트워크와 축적된 트랙레코드를 통해, 영남권을 포함한 남부지방에서 매물을 찾는 PEF 운용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총 4건의 거래를 완료한 BDO성도이현회계법인 역시 PEF 자문에 나선 중견회계법인 중 하나다. 지난해 초 관계인집회를 통과한 조선기자재업체 스타코의 매각자문(214억원)과 베이사이드PE의 온더보더(법인명 제이알더블유) 인수자문(150억원) 등이 BDO성도이현이 완료한 올해 가장 큰 거래들이었다. 앞서 BDO성도이현은 지난 2018년 리그테이블에서는 5위에 올랐다.

현재 BDO성도이현은 중견회계법인으로는 드물게 재무자문본부(FAS)를 별도 본부로 승격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성도회계법인과 이현회계법인의 합병을 통해 60명 이상 중형회계법인으로 감사인등록제 준비를 마친 BDO성도이현은 기존에 두각을 드러내온 F&B와 화장품 등 섹터를 중심으로 PEF 운용사들에 대한 자문업무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서우회계법인의 경우 화장품 로드숍 스킨푸드와 자회사 아이피어리스를 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에 2000억원에 매각하는 거래에서 인수 측 자문을 맡았다. 스킨푸드를 놓고 다수의 원매자들이 대형회계법인과 로펌을 선임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친 상황에서, 서우회계법인 역시 거래성사로 대거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중소·중견회계법인들이 PEF를 대상으로 한 자문업무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회계업계의 수익구조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회계법인의 매출에서 감사업무보다 자문업무가 차지하는 기여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발빠른 일부 중소·중견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수익 다각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감사인등록·지정제 하에서 회계사 수가 적어 영세한 중소·중견회계법인의 경우, 매출확대를 위해 별도의 수익 다각화를 노리지 않으면 성장이 요원하다는 점 역시 PEF 자문시장에 뛰어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당장 감사인등록제로 인한 수익성 변화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에서 PEF 자문을 포함한 재무자문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이들 중소·중견회계법인에게 사실상 ‘보험’의 성격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 PEF 자문시장 대부분을 대형회계법인이 확보하고 있는 점은 이들 중소·중견회계법인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하는 한계로 지목된다. 지난해 완료된 전체 PEF 참여 거래액 중 96.3%가 대형회계법인이 자문을 수행한 건이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회계법인의 경우 기존 대형법인이 확보하고 있는 고객들을 가져오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자문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고객확보경쟁이 출혈경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특화된 자문서비스와 전문성을 내세워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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