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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SPC삼립 애널리스트 출신 한영아 부사장 '확장정책' 의지작년 3월 깜짝 영입, 최연소 여성 임원…경영전략총괄직 신설로 전권 부여

최은진 기자공개 2020-02-28 11:02:59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PC그룹은 파리크라상과 SPC삼립 두개의 거대축으로 움직인다. 파리바게트라는 대형 베이커리 사업과 확고한 업계 1위 양산빵 사업이 든든한 기반이 된다. 특히 상장사인 SPC삼립을 중심으로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데 주목된다. 샤니의 매출처 영업권을 양도받은 데 이어 프렌차이즈 사업, 식자재 유통, 휴게소 사업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지난해 애널리스트 출신 한영아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깜짝 영입한 것도 확장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재무 뿐 아니라 전략 및 기획 등 경영 전권을 부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식품업계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던 역량을 활용해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으로 몸집을 키우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수익성 및 기초체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SPC그룹은 총수인 허영인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파리크라상을 지배구조 정점에 두고 SPC삼립·샤니·해외자회사 등을 종속기업로 삼고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 중 파리바게트를 취급하는 파리크라상과 양산빵 사업을 하는 SPC삼립이 그룹의 핵심으로 꼽힌다.

모기업을 중심으로 사세 확장을 하는 통상의 전략과 다르게 SPC그룹은 SPC삼립을 중심으로 외형성장을 이루고 있다. 빵사업의 기본요소라고 할 수 있는 식자재 구매와 유통 등의 자회사도 모두 SPC삼립을 중심으로 연결 돼 있다. 2011년에는 파리크라상의 자회사인 샤니의 매출 영업권을 양수하기도 했다. 사실상 SPC삼립에 매출을 몰아준 셈이다.

SPC삼립은 몸집불리기 전략을 통해 지난 10년간 별도기준으로 자산총계가 23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네배 가량 커졌다. 매출은 연결기준으로 2700억원에서 2조원대로, 영업이익은 50억원 안팎에서 600억원대로 확대됐다.


SPC그룹은 SPC삼립이 그룹의 확실한 캐시카우로 키우기에 적합한 전진기지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파리크라상은 가맹사업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데 따라 덩치키우기에 한계가 있는 반면 SPC삼립은 제조업이 기반인 만큼 확장정책을 활용하기에 더 유연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나아가 승계와도 연결된다. SPC삼립의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으로 확고한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허 회장을 비롯해 두 아들 허진수 부사장과 허희수 전 부사장 등 오너일가도 개별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9.27%)보다 두 아들(11.94%)이 보유지분이 더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언제든 현금화 해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SPC삼립의 덩치를 더 키워 주가를 부양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SPC삼립에 대한 확장정책이 10여년간 지속되는 가운데 최연소 여성 임원 한영아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을 지난해 3월 깜짝 영입한 것도 이와 연결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에 1960년대생 상무도 수두룩한데 1971년생 젊은나이인 그를 부사장 자리에 앉혔다.

경영전략총괄이라는 기존에는 없던 직책을 만들어 맡기기도 했다. 재무는 물론 인사, 기획, 전략 등 경영과 관련된 전 분야를 아우른다. 역대 CFO 역할을 하던 재경지원실장이 있음에도 한 부사장이 이를 압도하는 총책임자로 부임하면서 자연스레 CFO직도 그의 몫이 됐다. 한 부사장에게 신사업 전권을 부여한데다 곳간열쇠까지 쥐어주며 힘을 실어준 셈이다.

한 부사장은 한평생 애널리스트로 살았다. 이화여대와 서강대 대학원을 거쳐 1994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됐다. 처음엔 비서로 시작했지만 애널리스트에 대한 의지와 열정으로 당시 국내 대학을 나온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리서치센터 자리를 꿰찼다.

주로 음식료 등 소매분야을 담당했고, 수차례 베스트애널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5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nk of America-Merrill Lynch)의 아시아태평양 소비자리서치 코디네이터를 거쳐 SPC그룹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적을 옮겼다. 아이 넷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에너자이저', '슈퍼우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평소 활발한 성격과 넓은 인맥으로 유명하다.

동종업계서 특정한 성과를 냈던 인물도 아닌 한 부사장을 SPC그룹이 영입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식품업계를 분석한 그의 시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확장정책을 구사하기 위해선 관성을 타파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추진하는 힘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신사업을 만들어 낼 인물로 한 부사장이 낙점된 셈이다.

실제로 SPC삼립은 지난해 초부터 한해 약 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신사업에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투자집행금액은 약 500억원으로, 예년수준과 비교해 확대됐다. 올해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시도하고 있는 간편가정식(HMR)을 비롯해 가평휴게소 리뉴얼 등 전방위적인 투자가 계획 돼 있다.

이밖에 한 부사장은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주문을 내린 것은 물론 SPC삼립의 매출을 확대하는 묘수도 고민하고 있다. 2018년 밀다원·에그팜·그릭슈바인을 식품사업부로 흡수합병 시킨 것만으로도 매출을 늘리는 효과를 봤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 거래처를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책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SPC GFS 등 유통사업부를 활용하는 방안이 고민되고 있다.

아울러 한 부사장은 시장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낙 애널리스트들과 돈독한 연을 맺고 있는데다 확실한 입지를 갖고 있는만큼 그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은 물론 SPC그룹 내 임원진들과의 미팅 등을 주선하며 이미지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결국 한 부사장은 확장정책의 핵심 키(Key)가 된 셈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영입된 한영아 부사장이 CFO역할을 맡고 있다"며 "경영전략총괄로서 재무는 물론 전략 및 기획 등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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