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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파장]'10조' 채안펀드 선제 등판…크레딧 위기 잠재울까투심개선 유효…'실물경제 타격' 과거 금융위기와 결 달라

양정우 기자공개 2020-03-23 13:28:5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기 때마다 구원 투수로 등장한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선제 등판에 나선다. 최소 1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안펀드는 일단 크레딧 위기의 급한 불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거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의 결이 달라 안도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펀더멘털이 저하된 국내 기업이 실물경제의 충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안펀드의 등장으로 단기 불안 심리가 완화되겠지만 팬데믹(Pandemic) 파장의 끝을 종잡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정부, 채안펀드 선제 대응 '호평'…불안심리 완화 일조 '무게'

금융 당국과 은행권은 일단 10조원 규모로 채안펀드를 조성해 빠른 시일 내 가동하기로 했다. 2008년 처음 조성된 채안펀드(10조원)엔 은행이 8조원을 부담했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증권사 등이 나머지 2조원가량을 책임졌다.

크레딧업계에선 정부의 발 빠른 조치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2008년 채안펀드와 1999년 채안기금은 후속 대책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선 크레딧 시장으로 패닉이 번지기 전에 대응책을 내놨다. 이번 채안펀드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미정이지만 2008년 짜여진 기존 펀드의 큰 틀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3년 만기 중도환매 금리의 사모펀드 형태로 운용됐다. 신용등급이 'AA-' 등급 이상인 회사채, 여전채, 은행채와 'A2- ' 이상인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이 투자 대상이었다. 'AA-' 등급 미만 채권은 신용보강을 통해 투자됐다. 이번 채안펀드엔 기업어음(CP) 등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채안펀드의 조기 등판은 크레딧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아직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의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당장 금리 안정화와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코로나19 사태, '실물+금융' 새 위기…채안펀드 효력, 확대 해석 금물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과거 금융위기와 결이 다른 데 초점을 맞춘 시각도 적지 않다. 팬데믹이 조기 진화되지 않으면 채안펀드만으로 한계 기업을 지탱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외화유동성, 상환 위협으로 인한 원화유동성. 두 금융 리스크가 실물경제의 부실로 이어지는 게 과거 금융위기의 일반적 수순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에 동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승객이 끊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즉각 위기에 처했다. 운송, 유통 등 주요 산업이 직접 타격을 받자 자동차와 조선 등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에 정유, 석유화학 기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 국내 기업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대체로 펀더멘털 저하와 업황 둔화에 처한 가운데 코로나19까지 덮친 셈이다. 내달 상반기 정기 평정에 돌입하면 부정적 등급전망을 가진 기업과 이미 등급하향 요건을 충족한 업체에 레이팅 액션이 이어질 전망이다. 발행사의 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단연 등급 변화다. 채안펀드가 크레딧 위기의 근원적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2008년 채안펀드의 성과가 확대 해석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표면적으론 당시 'AA-' 회사채의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국고채)가 450bp 수준에서 150bp 정도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이 기간은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이 빠르게 안정됐던 시기였다. 채안펀드의 집행금액도 한도보다 훨씬 적었던 터라 옛 결과물을 토대로 쉽게 낙관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크레딧 스레드, 점진적 확대 추세…'충격 여파' 일시 반영 우려

국내 크레딧 스프레드는 꾸준히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모든 신용등급에서 스프레드의 약세 흐름이 뚜렷하다.

19일 국고채(3년물)와 'AA-' 등급 회사채(3년물)의 스프레드는 49bp로 집계됐다. 지난해 중반 저점을 기준으로 스프레드가 완만하게 벌어지고 있다. 'A-' 등급 회사채(3년물)도
139.4bp를 기록해 확대 추세다.



하지만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의 채권 스프레드가 껑충 뛴 것과 비교해 아직 코로나19 충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과거 금융위기 시절은 물론 2015년 말 대우조선해양 분식 이슈가 터졌을 때보다도 크레딧 스프레드가 낮은 수준이다.

국내 크레딧 스프레드는 후행적 경향이 짙다. 회사채 거래량이 적어 각종 이벤트가 유통시장의 금리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 채안펀드 약발로 크레딧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면 향후 충격 여파가 단번에 반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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