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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생존전략]'급이 다른' 위기, 객실·부대사업까지 '영업 마비'①코로나 한파에 평균 투숙률 6%…"하반기까지 영향" 전망

전효점 기자공개 2020-04-01 08:32:43

[편집자주]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업계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방한 외국인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수까지 급감하고 있다. 운영비 부담이 큰 호텔 비즈니스의 특성상 고강도 다이어트는 이미 예견돼 있다. 더벨은 국내 대표 호텔들의 위기 상황과 이에 대응한 생존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0일 14: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중소형은 물론 국내 대표적인 특급호텔까지 코로나19가 불러온 한파에 일제히 충격에 휩싸였다.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 따른 한한령까지 겪어봤지만 이번 위기는 '급'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 시작됐지만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각국은 외국인 여행객들에 빗장을 걸어 잠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호텔업계는 한류 여행객 수요가 이어지면서 그럭저럭 사업을 영위했다. 하지만 연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 및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한하는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결혼이나 세미나 등 대규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내국인 수요도 줄었다. 호텔업계는 저마다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불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압도됐다.


◇'평균 투숙률 6%' 외국인 객실 영업 중심 중소형 호텔부터 직격탄

연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중소형 호텔은 물론 대형 특급호텔까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7개 호텔업체의 평균 객실 이용률은 올해 1월 첫째주 평균 70.7%에서 이달 첫째주엔 5.6%로 65.1%포인트 줄었다. 객실 10개 중 9개가 빈 방이라는 의미다. 호텔 사업은 고정비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투숙률 70%를 BEP 달성 분기점으로 본다. 투숙률이 BEP 분기점 이하로 내려가면 손실이 급증하는 구조다.

호텔업계가 코로나19 발 위기에 특히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 누적돼 온 고질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지적된다. 정부가 2012년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 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한 이후 4년간 중소형 호텔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특별법 시행과 호텔 건립 및 운영에 시차가 있었기 때문에 숙박업계 공급 과잉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15년 이후다. 당시 사드 사태와 그에 따른 한한령으로 방한 유커가 줄면서 국내 숙박업계의 취약한 산업 기반이 처음 민낯을 드러냈다. 이후 호텔업의 매출액 지수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정체 추세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2.1%로 2012년 11.2% 대비 5분의 1 수준에 머문다.

뿌리부터 취약해진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생존까지 위협받는 처지다.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객실 수입에만 의존해온 중소형 호텔을 중심으로 아예 휴업을 선택하는 곳이 늘어났다. 크라운파크호텔 명동과 호텔스카이파크 명동, 스타즈호텔 명동2호점, 라마다 동대문 등도 최근 임시 휴업을 선택했다. 이랜드그룹 계열 켄싱턴호텔·리조트도 일부 지점과 식음업장의 임시 영업 축소에 들어갔다.

폐업을 결정하는 호텔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서울 홍대와 청담동 등 도심에 자리잡은 3성급 관광 호텔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호텔들의 폐업 행렬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황규완 하나금융연구소 위원은 "코로나19가 호텔업계에 가져온 충격은 최근 공급 증가, 한한령 등으로 객실 점유율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라며 "특히 4성급 이하 신축 호텔들은 숙박 수입 비중이 높은 설계 특성상 관광객 감소에 따른 충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급호텔, 숙박 부대시설·부대사업 영업까지 '손발 꽁꽁'

대형 특급호텔들은 호텔업 안팎에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면서 성장해왔다. 본업 내에선 객실 프로모션 외에도 웨딩, 레스토랑, 회의실 등 영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수익을 창출했다. 또 호텔업 외부에선 본업보다 높은 이익을 창출하는 면세업과 카지노업 등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이 때문에 중소형 관광호텔과 비교해 위기에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이 갖춰진 편이었다.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해 기준 5조7000억원의 매출 가운데 호텔업 비중은 9%에 불과하다. 호텔롯데도 작년 3분기 말 기준 누적 5조3980억원의 매출 가운데 88%를 면세사업에서 거뒀다. 대형 호텔 3사 가운데 신세계조선호텔만이 호텔업 본업을 고수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별도 자회사 신세계디에프를 통해 면세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는 통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전 위기와 달리 일부 국가가 아닌 전 세계 국민들 간의 입출국 자체가 통제되면서 호텔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전반에 같은 강도의 타격을 가했다.

면세업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경우 1분기 면세업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호텔신라는 1분기 면세업 매출이 약 30% 역성장한 것으로 추산됐다. 1월까지는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따이공이 급감한 2월과 3월부터 매출이 고꾸라졌다.

카지노 사업을 영위하는 파라다이스와 강원랜드, 워커힐 호텔도 예외가 아니다. 강원랜드는 2월 중순부터 카지노 영업을 중단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일 거래액은 대략 37억원으로, 3주 동안의 1차 휴장 기간에 감수한 잠재 손실은 총 810억원에 이른다. 파라다이스도 이달 24일부터 내달 6일까지 휴장에 돌입한 상태다.


수입이 끊기면서 호텔업계는 최대한의 긴축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호텔을 보유한 호텔롯데는 지난달 말 임원진 전원 급여 10% 반납과 함께 전 직원 무급휴가 권고에 들어갔다. 호텔신라도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권고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최근 모회사 이마트로부터 18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수혈 받아 급한 불을 껐다.

침체된 내수 분위기에 호텔들은 내국인 수요를 겨냥해 '안전'을 강조하면서 조용히 영업을 이어가려는 분위기다. 괜히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사고'가 터지면 업장의 존립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적극적인 영업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호텔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트렌드에 따라 룸서비스 등에 '언택트' 서비스를 적용, 서비스 과정에서 고객들의 안심과 예방을 최우선 순위로 강조하고 있다. 호텔 출입객을 대상으로 비접촉식 체온계와 열화상 카메라 등을 도입해 체온을 체크하고 정기적인 방역을 실시하는 것은 기본이다.

롯데호텔은 호텔 식음업장 내 테이블 간격을 넓히고 아예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호텔 메뉴를 구매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 객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투숙을 즐길 수 있도록 VR 기기 대여 패키지를 만들고 인룸다이닝 서비스도 강화했다. 제주에 리조트를 두고 있는 호텔신라는 코로나19로 줄어든 아웃바운드 수요를 '청정 지역' 제주로 돌리기 위해 웨딩패키지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게 쉽지 않다"면서 "가장 기본인 안전과 방역을 강조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업계의 위기의식은 코로나19 영향이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이달 중순 이후 중국과 국내에서의 확진자 증가폭은 둔화됐지만, 바이러스가 유럽과 미주 지역까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내달 이후 신규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지금 당장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발병 이전 수준 예약률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객실을 비롯한 호텔 곳곳을 수시로 소독하고 방역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에 번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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